'두뇌 한국 21 사업'(이하 BK 21) 시행이 임박하면서 국내 고등 교육계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대학마다 구조개혁과 입시제도 개선 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인재 양성과 연구 력 증진, 대학간·산학간 공동연구 촉진 등 체제개편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이는 집중과 지역 배분 원칙이 적용된 이번 사업의 당락에 따라 대학마다 교육·연구·발전 계획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데다 설립별, 지역별, 선정 분야별로 지향점이 달라 근본 적인 수술 없이는 대학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7년간 1조 4천억원의 예산이 집중 지원되는 이번 사업이 대학개혁과지원을 연계하고 있고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 그리고 대학간 공동연구와 대응자금 개발 등을 강제하고 있어 기존의 관행과 체제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는 것도 대학가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 대학가 학제 개편 바람

학사제도 개혁은 대학입시제도 개선과 입학정원 감축, 대학원 문호개방 등을 포괄한다. 특히 BK21 선정 결과에 따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학사제도는 연차적인 수정이 불 가피한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정원감축에 일부 대학이 논란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과학기술분야에서 12개의 주관대학으로 선정된 서울대는 대부분 이공계의 모집정원을 2002학년도까지 30% 정도 감축해야 한다. 주관 또는 참여대학으로 선정된 고려대, 성균관대, 이 화여대, 한양대, 명지대, 경희대, 경북대 등도 2002학년도까지 선정분야의 모집정원을 30% 줄여야 한다.

특화분야에 선정된 이화여대, 아주대, 국민대, 호서대 등은 2002년까지 대학입학정원의 15% 를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는 이미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거나거의 같아 BK21 선정 조건의 예외규정에 포함되면서 학부 입학정원을 줄이지 않을 계획.

서울대는 교육부가 BK21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이미 대학원 중심대학으로전환한다는 방침아래 이공계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학부정원도 축소, 2002학년도 대입까지는 전체 학부생 모집정원을 올해의 4천9백10명에서 3천6백60명으로 25%(1천2백50명) 줄인다고 발표했다. 모 집단위도 현재의 79개에서 10개(7개 계열)로 광역화할 예정.

연세대는 정원감축에 소극적이지만 대학원 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된 의생명, 물리 등 2개 분야의학부 모집정원을 30% 줄이고 2002학년도 입시까지 전체 모집정원(올해 5천5백35명)을 8백명 줄이며 모집단 위를 올 30개에서 인문, 이공, 예체능 등 3개로 줄일 계획.

이화여대는 2002년까지 학부정원을 60명 줄이고 모집단위 36개를 15개로 축소하며 입시제도 에 있어서 무시험 전형, 무전공 제도를 시행하는 등 제도개혁을 단행할 예정. 영상분야를 중 점적으로 키워나갈 서강대는 학부정원을 점차 줄이고 60명 정원의영상전문대학원을 내년에설립한다는 계획이다.

● 대학원 판도 변화와 문호 개방

학부 입학제도에 이어 대학원 과정의 통합도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서울대는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원 과정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정보기술분야에 지원한 컴퓨터공학과와 자연대 전산학과의대학원과정이 이미 '컴퓨터공학부'로 통합됐고 내년에는 학사과정도 합쳐진다. 재료분야에 지원한 섬유고분자공학과 와 재료공학부의 대학원과정과 학사과정도 통합될 예정이며 생물분야에 지원한 생물학과,분자생물학과 등의 대학원과정이 '생명과학부'로, 과학분야에 지원한 대기학과, 지질학과의 대학원과정이 '지구환경과학부'로 통합, 단일한 대학원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물론 이들 대학원에는 타 대학 출신자들을 50% 이상 입학시켜야 한다.

따라서 과학기술분야 대학원의 경우 서울대를 정점으로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 대 등 3개 대학에 인재 집중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며 지역우수대학은 학부생 중심의 교육 체제로 점차 전환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업이 전체 지원예산의 75% 정도를 대학원생과 박사과정인력에 집중 투자하는 등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순조롭게 시행될 경우 하위권에서 맴돌던 국내 대학의 교육·연구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보인다.

교육부 예측대로라면 BK21 사업이 마무리되는 2005년이면첨단과학·생명공학 등에서 세계 일류의 연구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특허출원 건수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며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발표건수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게 된다는 것. 또 정보기술 생명공학 등 첨 단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갖춘 박사들이 연간 2천명씩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입시 경쟁

이번 사업에서는 선정 대학들이 신청서 제출 당시 학부생 감축 등을 약속해 대학교육은 물 론 초·중등교육까지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아마 주요 대학들이 25∼30%에 이르는 입학정원을 감축하게 되면 앞으로 대학 입시 경쟁률은 얼마나 높아질지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전체 틀 안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 대입경쟁률이 올해 1.4대 1수준에서 2003년이면 거의 1대 1수준, 그리고2005년에는 0.8대 1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기 때문.

대입전형 방법도 수능 위주의 획일적인 선발방법에서 무시험 전형과 모집단위의 광역화가이뤄지게 된다. 또 많은 대학들이 학과별 지원이 아니라 무전공-무학과-무계열 입학을 시도 하게 돼 대학 입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아주대, 한동대 등에서 보듯 이제 대학들이 입학할 때의 학과로 졸업해야만 하는 학사제도를 고집하고 있지 않기때문이다. 학생이 원하기 만 하면 대학 4년 동안 2∼3개의 복수전공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 거나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 결론적으로 21세기에 대학 생활을 시작할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BK21 사업으로 인해 근심할 필요가 별로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공동 연구 및 교류 협력 확대

이번 사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대학간 연합 또는 학과간 통폐합을 적극 권장, 대규모 연구단을 형성함으로써 국내 대학 교수 및 대학원생 연구인력을 유동적으로 네트워킹 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분야 26개 중 22개가 대학간 연합으로 사업단을 구성하고 학과 통 폐합과 모집단위광역화를 전제하고 있어 공동연구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학협동과 국제협력 활성화가 예견되는 것도 이번 사업 시행의 효과로 기대된다.

실제로 과학기술분야에 선정된 4백33개 연구과제 대부분이 수요처인 산업체와 공동 선정, 99년에 1백50억원의 대응자금을 출자하는 등 연구 성과를 실용화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 다. 여기에는 산업체 인사와 산학겸임교수, 교육과정 공동 개편, 수요자 평가 참여 등이 전제되고 있다.

서울대 정보기술사업단이 미국의 MIT나 스텐포드, 버클리, 미시건대학을벤치마킹하는 등 14개 대학이 사업단별로 벤치마킹 대상 대학과 교수 교환이나 학생 연수 등을 추진하고 있 는 것도 국제협력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는 교육부 입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 교육부는 국제협력사업이 국내 대학원의 변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외부 동력으로 보고 있 다. 이밖에 연봉제와 연계된 교수업적평가제가 도입되는 등 교수사회에 변화와 경쟁의 원리 가 지배하는 분위기가 점차 대학가 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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