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함기선 한서대 총장 “항공교육 특성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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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캠퍼스 활주로 유도선도 갖춰… 50여 대 항공기 ‘교육실습’ 완비

해양스포츠 분야도 특성화… 지도자 양성은 물론 정비-제조-판매까지
“의사 선배들 대학 설립 영향, 교육은 같은 시간 수천 명 인생에 영향”
“의사에서 교육자로…꿈이 있는 차세대 리더 키우는 것이 대학의 역할”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있다. 이를 서포트 하는 공항의 역할까지 생각해 본다면 다양한 유망 직종을 탄생시킬 수 있다. 가령 토목공사, 건축, 전자기계, 행정 분야 등에 ‘항공 지식’을 결합한다면 질적으로 한 차원 높은 공항 건설도 가능하다. 다방면 항공 전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한서대가 하겠다. 우리나라 항공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 지난 8일 한서대 태안캠퍼스에서 함기선 한서대 총장을 만났다. 본지 이인원 회장과 이뤄진 대담은 김장환 극동방송 회장 부인인 트루디 김 여사의 이름을 딴 '실습요트 트루디호'에서 진행됐다.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옅은 해무를 곁에 두고 충남 태안군 남면 곰섬로를 자동차를 달리다 끝이 보이지 않는 활주로를 만났다. 25m 너비에 1.18km로 길게 깔린 데다 별도의 유도로까지 갖췄다. 저 멀리 50여 대의 각종 항공기는 오늘따라 잠시 내려앉아 그 모습을 뽐낸다. 우뚝 솟은 관제탑에 커다란 격납고, 보잉 737 150인승 여객기도 보인다. 여기는 국내 유일 민간비행장이자 세계 최고의 비행교육장인 한서대 태안캠퍼스다.

함기선 한서대 총장은 성형외과 의사로 이름을 날리며 모은 돈으로 1989년 한서대를 설립했다. 지역대학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지금, 태안캠퍼스를 중심으로 항공·해양특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함 총장을 본지 이인원 회장이 만났다. ‘지역대학으로서 한서대만의 특성화 전략’을 들어봤다.

“1997년에 한서대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2000년 이후부터 항공학부 특성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해 왔다. 지금까지 15년간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총 1973억 원을 투자해 그 결과 태안캠퍼스 내 △비행교육원 △항공교통관제교육원 △항공기술교육원을 설립했고, 정부로부터 항공종사자 전문교육기관으로도 지정받게 됐다. 당시 항공교육 시행하는 곳은 한국항공대학뿐 ‘항공교육’이 희소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어렵지만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2009년 국제항공연맹(FAI)에서 우리 대학을 최우수 항공우주교육기관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3대 항공기 제조사 미국 세스나사로부터 세스나 제트엔진정비센터로 지정받았다. 대학이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제트엔진서비스기관으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한서대가 최초이다.”

태안캠퍼스 입구가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 50여 대의 항공기가 눈에 들어온다. 1.18km로 길게 펼쳐진 활주로에는 하루 1200여 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한다. 이 모든 것을 관제탑에서 조율하며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관제 경험으로 쌓인다. 레이다 관제·타워 관제·지상 관제 등 실습 장비도 갖췄다.

-항공 분야 시설 규모가 놀랍다. 조종사도 양성하는가. 해외 위탁교육도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우선 태안캠퍼스 ‘항공학부’에는 무인항공기학과, 항공관광학과, 항공교통물류학부, 항공기계학과, 항공레저산업학과,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항공운항학과, 항공전자공학과, 헬리콥터조종학과 등 총 9개 학과가 있다. 별도의 비행교육원이나 항공교통관제교육원, 항공기술교육원 등은 이들 학과의 실습교육을 지원한다. 특히 비행교육원과 연계해 전문 직업조종사를 양성하는 항공운항학과와 헬리콥터조종학과는 한서대 미국분원에서도 실습을 진행해 글로벌 감각을 갖춘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말씀하신대로 한서대의 항공교육분야 입지는 국제적이다. 꾸준히 중국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에서 유학생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국내 기업·정부기관의 조종사 양성위탁 교육은 물론 최근에는 중동의 한 국가 공군 조종사 및 정비사 양성 위탁교육도 맡아 오고 있다.”

-항공학부에 ‘무인항공기학과’도 있는데, 요즘 뜨고 있다는 ‘드론’을 말하는 것인가.

“올해 2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무인항공기학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무인항공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 것인데, 현재 우리 대학은 100㎏ 이상의 물건도 실어 나를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실험 중이다. 비료, 농약을 뿌리거나 사진·동영상 촬영, 화재 시 물을 공급하는 등 각종 재난구호 현장에서 다양한 활약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캠퍼스 태안쪽에 있다보니 해풍도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한서대가 수상스포츠 분야 특성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50만㎡의 해양레저실습장에서 수상스포츠분야 지도자·경영자를 양성하고 관련분야 도구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태안캠퍼스는 바다가 가깝고 해양 지원도 풍부하다. 해양분야 특성화에도 눈을 돌린 이유가 궁금하다.

“항공분야는 한서대 특성화의 첫 주자이다. 두 번째는 디자인, 세 번째는 ‘해양’이다. 현재는 항공 해양 모두 힘쓰고 있지만, 점차 해양 분야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요트를 비롯해 소형 스포츠용 선박을 스마트 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미 낚싯배, 레저용 배는 학교에서 제조·판매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 식량난 문제를 바다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다.”

한서대는 항공과 해양분야 모두 설계, 제조·정비, 연구개발까지 전방위적 특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늘과 바다을 활용한 ‘응용’ 학문과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지역대학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현실적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학구조조정도 하고 취업률도 올려야 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데.

“중소 지역의 사립대도 물론 연구기능을 맡아 할 수 있다. 다만 연구를 깊이 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연구중심 대학보다는 ‘교육중심’ 대학으로서 사회적 응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택해 교육 범위 및 목표를 ‘초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생존력은 ‘특성화’에 달렸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취업 병’에 걸린 것 같은데,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도 ‘사람’ 달라는 곳 많다. 산업체를 만족시키는 인재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점을 대학들은 빨리 파악해 특성화와 함께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정부가 혹은 지역사회가 재정지원으로 대학을 도와주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학 스스로 특성화를 꾸려나갈 수 있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럼 대학구조조정과 함께 특성화도 꾀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공항과 항공기를 이용하는 고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래 공항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교육과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토목공사를 하더라도 ‘항공’ 지식을 갖고 특수하게 작업할 사람이 필요하다. 항공 토목학과, 항공 전자, 항공 행정 등 기존 다양한 학문에서 항공 지식을 접목해 교육과정을 만들고,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환자를 돌보던 의사가 어떻게 대학을 설립할 생각을 했을까. 함 총장은 순천향대 설립자 서석조 박사와 인제대 설립자 백낙환 박사 두 분의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두 분이 대학을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 본 경험이 한서대 설립에 큰 힘이 됐다. 함 총장은 대학의 설립 이념으로 내세운 ‘창의’, ‘신념’, ‘공헌’은 의료현장이나 사회에서나 교육에서나 절실한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본교 서산캠퍼스에는 운동장 한 면에 나란히 역대 대통령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박물관에도 초대부터 현직까지 6600종 1만8000여 점의 방대한 대통령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우리 학생들이 한국을 이끌어온 리더들에 대해 고민하고, 차세대 리더로서 그 역할을 해 나가길 바라는 함 총장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너 총장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의료행위와 교육은 다르지만 서로 닮았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훌륭한 선배들의 영향으로 대학을 설립하고자 했지만, 어느 분야를 집중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머릿속에서 의과대학만을 표방하기도 했었지만, 어느 대학 총장님이 ‘의사는 한 사람을 치료하지만, 교육은 같은 시간에 수백 명, 수천 명의 인생에 영향을 주고 결국 서로를 도울 수 있게 한다’는 말씀을 주었다. 대학을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이 상처를 치유받고, 그 위에서 용기를 갖고 무한한 꿈에 도전하길 바랄 뿐이다.”

▲ 본지 이인원 회장(사진 오른쪽)과 함기선 한서대 총장이 조종사들의 비행훈련을 돕는 '비행 시뮬레이터'를 경험하고 있다. 

■ 함기선 총장은…
함기선 총장은 1941년생으로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보건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8년 인제대 백병원 일반외과수련의를 시작했고, 1974년 가톨릭의과대학교수 겸 성형외과 주임교수, 국제음악치료학회 사무총장, 남북적십자회담 자문위원, 대한적십자 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1989년 한서대 설립했으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1년에는 국제적십자사연맹 헨리데이비슨상을, 2014년에는 한국항공우주정책ㆍ법학회 항공우주문화상 대상(개인부문)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시집 '봄·여름·가을·겨울의 그림자', '서리먹고 다시 핀 꽃', '화살박힌 청둥오리', '두 사람의 행복한 빈 손' 등이 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정윤희 기자 / 사진=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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