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수술 없이 교육정책 미래 없다'

사상 초유의 수능 부정 행위가 전국 단위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계가 충격과 경악으로 요동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에 구멍이 나면서 공신력이 여지없이 무너진데 대해 착잡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입시 제도를 비롯한 교육 정책 전반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정치권과 교권단체 일각에서는 특히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교육부총리 경질과 책임자 인책론이 강하게 대두돼 입시 부정 파문이 개각 후폭풍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대입 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대학입학처장들은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수능 부정 행위와 비리 가담자가 속속 늘어나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차제에 입시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의 대수술을 요구했다. 백윤수 연세대 입학관리처장은 지난 3일 “수능 부정을 처음 접하고는 매우 놀랐다”며 “국가가 관리하는 수능 시험에 허점이 드러난 만큼 대학입시는 이제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덕 숭실대 교무부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 수능 시험은 대입 자격고사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며 “고교 정상화는 그대로 가되 대학별 고사를 실시해 제한적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허형 중앙대 사범대학장은 나아가 “수능 부정 사태로 이제 교육체계에 대한 변화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향후가 아닌 지금 당장 교육 체계를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국가 차원의 출제와 관리 감독체계가 한계에 직면한 만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일원화돼 있는 출제 방식 변화가 요구된다”며 “변별력 있는 출제를 할 수 있는 대학들의 공동 참여 속에 출제 체제 다변화와 선택적 응시제 도입 등 유연한 입시정책 도입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 교육부 인책론 대두 =교육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불신과 민심 이반이 우려 수준을 넘고 있는 점에 비춰 교육부총리 경질과 책임자 인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원재 대변인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르다”며 “수능은 국가관리고사인데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고 반문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우선은 국민 의혹이 없도록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이후 부총리와 담당국장, 담당과장 등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열린우리당이 조속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에 초점을 둔 반면 한나라당은 입시정책 전반의 수술과 검찰 수사가 종결되면 책임자 인책도 요구한다는 방침이어서 대조됐다. 한편 청와대는 사건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외국 순방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 논평을 자제하고 있으나 국민 불신이 증폭되고 있고 교육정책 전반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여론도 높은 점을 감안, 이달 안에 교육부총리 경질 등 전격적인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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