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등급 한계대학에 재정기여자 모색, 횡령비용 변제 등 고강도 과제 부여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김소연 기자]지난해 처음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각 대학 등급에 따라 진행됐던 맞춤형 컨설팅 결과 하위 등급 중 문을 닫는 대학이 생길지 이목이 집중된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0일 하위 그룹인 D등급과 E등급 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마치고 이행과제를 부여했다.

D등급 대학들은 학사구조개편 방향을 비롯해 부족한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E등급 대학들은 새로운 법인 모색, 설립자 횡령금액 변제, 대학운영 정상화 등 근본적인 과제들을 해결해야만 국가장학금 지원 및 학자금 대출 제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주문한 상태다.

■6월 말까지 ‘대학 살릴 돈 구하라’ 구슬땀=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E등급을 받은 일반대 6개교, 전문대학 7개교 등 13개 대학들을 한계 원인과 지역 등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룹별로 컨설팅 위원들은 각 대학에 선결과제와 이행과제를 전달한 상태다.

지표나 대학 여건이 다소 양호한 1그룹은 컨설팅 이행과제에 대한 실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재정 여건이 어렵거나 설립자가 교비를 횡령해 위기 상태인 2그룹과 3그룹은 상시컨설팅을 받게 되고, 과제 이행에 앞서 횡령금 변제, 법인정상화 등 '선결 과제'를 6월 말까지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못하면 E등급을 피할 수 없고, 재정지원제한도 풀리지 않아 신입생들의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대출이 모두 제한된다.

한 예로 A대학의 숙제는 법인 재정기여자를 찾는 것이다. 설립자의 교비 횡령금을 변제해야 하는데, 이 금액을 대신 내고 학교를 운영할 제3의 인수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A대학은 해외 자본을 들여와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조율 중이다.

A대학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법인을 인수할 재정기여자를 찾아야 선결과제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현재 재정기여자와 대학 법인 간 이견이 있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B대학은 ‘재단 정상화’를 선결과제로 받았다. 재단 정상화는 결국 ‘재정’과 연결돼 있어 이 대학은 교육부가 제시한 선결 과제를 완수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 B대학 관계자는 “선결과제가 모두 재정과 연계돼 있는 내용이라 앞이 깜깜하지만 나름대로 여러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C대학은 상시컨설팅 대상으로, 선결과제를 완수한 후 맞춤형 컨설팅 실적 보고서, 구조개혁평가 지표 달성도 2단계 평가를 거쳐야 한다. C대학 관계자는 “교비 횡령금을 변제하면 되고, 다행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구조개혁평가 지표 달성도 등 추가적으로 대학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가능한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당장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교육비 환원율,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각종 평가 지표를 맞춰야 해 압박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계대학들 “답 이미 정해진 것 아닌가”=문제는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다. E등급 대학 관계자들은 재정지원제한을 넘어 정부가 사실상 퇴출을 목표로 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B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대놓고 대학을 퇴출시킨다거나 폐교조치 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대학을 평생교육시설로 기능을 전환하거나 통폐합 하라는 뉘앙스”라고 털어놨다.

D대학 기획팀 관계자는 “구조개혁법이 폐기된 상태에서 정부가 대학 퇴출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대학들은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처지”라면서 “이미 MB정부에서는 구조개혁법 없이도 6~7개 대학을 폐교시켰다. 교육부는 마음만 먹으면 퇴출시킬 수 있으니, ‘대학 몇 개 퇴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근거를 억지로 만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

실제로 컨설팅에 참여한 한 인사는 “교육부가 나서서 강력히 구조조정 하기 부담스러우니 평가결과에 따라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컨설팅 해본다는 차원인데, 성과가 안 나오는 건 사실”이라며 “누가 대학을 수백억 원씩 내면서 인수하려고 하겠느냐. 예전에는 사학분쟁조정시 부동산 증여도 인정했지만 이제는 현찰로 요구하고 있어 더욱 어려워졌다”며 사실상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주어졌다고 밝혔다.

결국 교육부의 고강도 컨설팅 배경에는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대학구조개혁법에는 ‘2회 이상 최하위 등급 평가를 받은 대학은 폐쇄 조치뿐 아니라 해당 대학의 기능 개편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한계대학들을 직업교육기관 등 공익시설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되면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들은 자발적으로 해산하거나 폐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법적 근거가 없어 평가와 컨설팅, 재정지원 등 구조조정 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했던 측면은 있다”면서 “현재 인근 대학과의 통폐합이나 직업교육기관·평생교육시설 전환은 가능한 조치”라고 말했다.

길용수 한국대학경영연구소장은 “현행 법에 따라 하위 대학의 통폐합이나 기능전환이 이뤄질 경우 지난 MB정부에서 폐교된 대학의 교직원 처우가 최소한도 인정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구성원들이 마지막으로 단합할 기회는 줘야 하지만 최소한의 질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법에 근거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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