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공자도 수강 못해 황당…문제점 보완은 제자리

# 서울 모 대학 호텔경영학과 3학년인 류씨는 올해 초 수강신청을 할 때 황당한 경험을 했다. 주전공 필수과목에 인원이 몰려 수강신청에 실패한 것이다. 류씨는 정정기간 내내 수강신청 애플리케이션으로 추가 신청을 하기 위해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결국 누군가 수강포기를 해 1석이 남아 수강신청을 하게 됐지만 류씨는 전공필수 강의를 힘들게 수강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많은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선택하면서 전공수업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복수전공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자신의 주전공 외에 다른 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다. 1개가 아닌 2,3개의 전공을 추가로 이수하는 다전공이나 배우고 싶은 학문을 스스로 선택하는 학생설계전공 등 복수전공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일부 대학에서는 복수전공을 졸업 요건에 포함시키고 있다.

문제는 특정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수업 신청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특히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영·경제 등 경상계열의 복수전공 수요가 높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4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상계열(30.8%), 경영학과(27.6%)를 복수전공 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복수전공을 하고 있지 않지만 할 의향이 있다면 선택하고 싶은 계열과 전공 역시 경상계열(27.8%)과 경영학과(23.9%)가 1위를 차지했다.

학과의 심화전공과 전공필수같은 과목은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도 있는 강의다. 따라서 주전공 학생들의 정원에 맞춰 수업 인원을 제한하는데 그렇다보니 복수전공자가 많아지면 이 과목의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해진다. 주전공자가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복수전공자 역시 어려움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로 3학년 때부터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과의 강의를 듣게 되는데 선행과목을 이수하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은 수강신청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방 A 대학에 다니는 김 모 씨는 “1학년 선행과목이 있는데 주전공 학생들에게는 수강신청 없이 시간표에 바로 배정된다. 추가로 수강신청 인원이 열려봤자 1,2석이다. 그래서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해당과목 교수님을 찾아가 빌기도 했다”며 “이렇게까지 안하면 선행과목을 못 듣고 바로 어려운 수업을 들어야 되는데 이 경우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인기 학과로 쏠림현상이 벌어지니, 대학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B 대학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한 이 모 씨는 “수강신청이 어려워지는게 복수전공자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하게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듣는 것이고 학교에서도 권장하지 않나. 교원이나 강의실 확보 등 학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C 대학 교무처장은 “학교마다 수강신청 문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많은 인원이 몰리는 특정학과의 복수전공 허용 수를 제한하거나 반 별로 나눠 수업을 수강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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