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세명대 대외협력처장

“논문 10편보다 1개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백배 낫다.” 최근 만난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 교수가 한 이야기다. 이 교수는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어 “앞으로 교수의 역할은 연구물을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출시하는 것”이라며, “향후 대학의 경쟁력은 창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기술 환경 변화가 국내는 물론 세계 전반에서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4차 산업혁명의 요체는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기술융합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나라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새로운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조 생산기반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중국의 ‘제조 2025’,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산업재흥플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필자는 중국 한 국가 중점대학을 방문해 빅데이터 연구소와 실습장비를 보고 깜작 놀랐다. 빅데이터 연구소에는 수십명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연구원은 공유 소프트웨어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프로그램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기계를 학생들이 마음대로 다루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문과계열 학생들도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필수적으로 익히고 졸업하도록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교육에는 답이 없다. 특히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멈춰있을 수만은 없다. 날로 취업환경이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창업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대학의 중요한 책무가 될 것이다. 창업에는 기업가 정신, 아이디어, 자본이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은 도전과 열정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을 넘어 타인에게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덤벼들고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세명대에서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창업·사회경험이 풍부한 멘토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창업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아이디어는 실증적인 창의성 즉 주변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테슬라 모터스》라는 책에는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일론 머스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단순히 막강한 재력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목표는 혁신하고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젊은 시절 일론 머스크는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세 가지 중요한 분야를 꼽았는데 인터넷, 청정에너지와 우주였다.”

자본은 창업의 씨앗이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서비스하는 데에는 자본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창업자본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 등이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및 제도 개선, 민간 차원의 금융지원 등을 유기적으로 조합해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돕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