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여름을 앞둔 5월, 연달아 발생한 여성혐오 범죄와 묻지마 범죄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조심해도 살해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화 되자 여성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성혐오가 여성을 죽였다고, 여성들이 잠재적 피해자가 됐으니 여혐을 멈추라고 외쳤다.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강남 여성 살인 사건 이후 여혐의 현주소' 집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은 “여성혐오는 늘 있어왔고, 여성들은 이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남성들은 왜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일반화 하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각종 혐오발언의 온상인 극우 사이트에 동조하고, 여혐을 멈추라는 여성과 남성들을 조롱하고 인신공격 하며 협박까지 하는 ‘혐오표현’이 그대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경찰도 여성혐오 같은 건 원래 없다는 듯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여혐범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대신 여성 공중화장실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조현병에 원인을 돌리고 정신병 환자들에 대한 입원 조치를 강화 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얼마 뒤 부산 동래에서 백주대낮에 발생한 여성 각목폭행 사건은 정부의 대책이 지극히 단발적인 미봉책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은 근본적으로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상 속 여성혐오를 꾸준히 경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한때 ‘지성의 전당’이라고 불렸던 대학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각종 혐오가 판을 치는 작금의 사회상이야말로 대학이 치열하게 성찰하거나 제대로 된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혐오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어휘들을 당연한 듯 사용한 언론도 마찬가지다. 기자 역시 부끄러웠고, 상처받은 피해자들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우리는 언제든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능동적으로 가해에 동참하지는 않았는지, 수동적인 태도로 방조하지는 않았는지 치열하게 돌아보고, 과오가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라고 ‘없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게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이자 의무 아니겠나.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기에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의 다른 말이 아니다.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 코스다.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