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납입금 책정 방식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지, 그리고 혜택을 받는 수혜자의 범주를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 그간 대학가에는 심심찮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그간 납입금 책정이 합리적인 방식에 의하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고려, 대학간에 적당히 담합하는 인상을 주거나 학생들과의 타협의 산물로 인식돼온 것과 무관치 않다. 또 교육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수혜자는 당연히 학생뿐이지만 양성된 인력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결국 수혜자는 국가와 사회 전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학교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와 학교법인, 학생, 기업간에 각기 일정 지분을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대학 납입금 책정이 각 대학 자율로 맡겨진 지난 89년부터 더욱 심해져 해마다 고율의 인상율을 고집하는 학교측과 이에 맞서 부당성을 요구하는 학생간의 마찰로 새로운 학내분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5퍼센트 가이드라인 지침에 따라 각 대학이 예년에 비해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을 보여 예년처럼 분규의 양상이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이같은 단기적 억제책이 오래가리라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 납입금의 합리적인 책정은 대학 납입금을 부과하는 국가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납입금의 문제는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고등교육의 사립대학 의존율이 우리나라 같이 높은 곳은 거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대학재정 중 납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프리카의 경우 5퍼센트 미만, 아시아 31퍼센트, 남미 21퍼센트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학은 물론이고 국·공립대학에서조차 납입금 재원이 대학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게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은 본지가 입수, 분석한 「94, 95 회계연도 사립대학 결산 재정분석 통계처리 집계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백8개 사립대학들의 연결자금운용계산서에 나타난 수입총괄 현황에 따르면 94회계연도의 경우 사립대 전체 운영수입은 3조 7천여억원으로 이중 학생들이 낸 납입금 수입이 절반이 넘는 58퍼센트, 전입금이나 기부금 수입은 전체의 30.8퍼센트에 이르고 있으며 사업수입이나 교육수입은 1∼5퍼센트로 미미한 실정이다. 이같은 결과는 95회계연도 결산 자료에도 그대로 나타나 학생들의 납입금 수입이 전체의 62.05퍼센트인 2조5천8백87억여원으로 오히려 의존도가 높아진 반면 전입기부금 수입은 24.96퍼센트인 1조4백14억여원으로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 <표1> 대학별로는 94회계연도의 경우 부산여대가 91.3퍼센트로 전체 운영수입 가운데 납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나타났으며 경성대(88.7%), 서원대(88.6%), 상명대(88.4%), 목원대(88.3%), 상지대(86.7%) 등 상위 6개 대학은 운영수입의 85퍼센트 이상을 학생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밖에 단국대(84.1%), 세종대(82.7%), 성균관대(80.9%) 등 18개 대학이 운영수입의 80퍼센트 이상을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70퍼센트를 넘는 대학도 38개 대학에 달한다. <표2> 95회계연도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비슷해 부산여대(90.4%), 안양대(88.8%), 서원대(88.6%) 등 9개 대학이 85퍼센트 이상의 납입금 의존도를 나타냈으며, 70퍼센트 이상의 의존도를 보이는 대학도 관동대(84.8%), 서울여대(80.0%), 대구대(77.7%), 한국외대(75.7%) 등 39개 대학이나 되고 있다. <표3> 납입금 의존도와는 별도로 납입금 총액을 기준으로 한 대학별 현황을 살펴보면 상위에 랭크된 대학들이 대체로 서울지역에 위치한 소위 명문대학들로 역사가 길고 학생수가 많은 대학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94회계연도의 경우 연세대가 9백45억여원으로 1위, 한양대와 고려대가 각각 7백억원 이상의 납입금을 받아 2, 3위를 기록했으며 영남대를 제외하면 납입금 총액 상위 10개 대학에 해당되는 대학이 모두 서울소재 주요 명문대학임을 알 수 있다. <표4> 95회계연도에서도 이같은 결과는 그대로 나타나 연세대가 1천억원 이상의 납입금을 받아 납입금 수입 총액 1위 대학이 됐으며 고려대, 경희대, 영남대, 중앙대 등 규모가 큰 주요 사립대학들이 상위 10위권에 랭크됐다. <표5> 이처럼 대학이 수입의 대부분을 학생들이 낸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교육재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이 절대치에서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육영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잘못 인식해 지속적인 투자계획 없이 학교를 설립한 학교법인에도 책임의 일부가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해방 이후 지속돼 온 양적 팽창 위주의 정원정책도 교육여건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실 대학의 교육여건과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데는 막대한 재원 투입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재원이 투입되지 않고는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보다 시급한 사회경제적 현안을 이율, 기업은 경제불황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을 이 유로, 그리고 학교법인이나 대학 스스로도 재정확충 방안 마련에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학교 운영수입의 대부분을 학생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학의 현실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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