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회 중부대 교수(교육행정경영)

오늘날 대학개혁의 핵심과제는 대학교육과 사회수요(산업수요) 간 미스매치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임사업은 21개 대학에만 2012억 원을 투입하며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게다가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들은 극심한 내홍을 겪었음에도 다시 원래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대다수 대학과 학생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 대학 간 격차를 더 확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다. 대학구성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은 유연한 학사제도 등 여러 평가지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핵심은 새로운 산업분야로 전공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교육과 산업수요 간 미스매치는 일부 산업수요 변동에 근거해 이뤄지는 일부 대학의 부분적인 전공 변경을 통해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새로운 특정산업분야에 필요한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체제를 전반적으로 혁신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미스매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전체 대학교육의 혁신’을 통해, ‘모든 대학 졸업자의 역량을 높여’, ‘전체 산업수요·사회수요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 전반의 교양교육 혁신을 통해 사회성을 포함한 인성을 발전시키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 새로운 상황에 맞서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능력과 적응능력, 도전정신을 키워야 한다. 모든 대학 수업과 평가가 지식 위주가 아니라, 핵심역량·직무역량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의 참여를 높여 교수-학생의 상호작용이 극대화돼야 한다. 교양교육 혁신에서 시작하여, 전공교육까지 전면 혁신해야 한다.

특정전공 신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전과제도, 복수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제도 등을 활성화해 전공학습의 유연화를 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도 기존 학과를 전제로 일부 변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제도가 있어도, 전공교수들의 타성(惰性)의 벽에 막히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와 변화하는 다양한 산업수요를 다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 산업수요, 자격수요, 지역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소규모의 ‘취업맞춤전공’ 제도도 함께 운영될 필요가 있다. 기존 복수전공, 연계·융합전공 등이 36~40학점을 요구한다면, 취업맞춤형전공제도는 21~30학점 정도의 이수요건을 정해, 유연하고 집중적인 학습을 유도·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변화하는 산업수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렇게 향상된 역량을 가진 ‘다수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다수’ 대학의 교육혁신을 통해 양성돼야 진정으로 사회 전반의 산업수요와 전체 대학교육 간의 미스매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전체 대학의 체질 변화, 전체 대학생의 역량 신장을 위한 정책방안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소수 선도대학 중심의 대학개혁은 진정한 교육개혁이 아니다. 모든 학생을 위한, 모든 대학의 개혁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교수들의 자기혁신이다. 교수가 기존의 자기전공, 학문내용, 교육방법, 의식과 행동, 타성에 머물러선 학생들을 위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대학교수들의 자기혁신이 있어야 대학교육도, 학생학습과 역량도 혁신이 가능하다. 대학의 변화는 교수인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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