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위주 입시설명회 … 발길 돌리는 학생도

▲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입시설명회.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참가했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논술 등 다양한 전형이 생기면서 정보가 대입의 중요한 열쇠가 된 가운데 여전히 정보 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하위권 학생을 위한 대학 정보는 부족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방학을 앞두고 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입시설명회가 속속 열리고 있다. 사설 입시업체들과 지자체들은 자체 분석 자료, 대학 입학사정관 초청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입시설명회가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설 입시업체들은 6월 모의평가 직후 입시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대학 진학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취지로 마련됐다. A업체는 자체 전략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는데 경쟁률·서류 및 면접 평가 방법 등 11개 대학의 주요정보만을 제시했다. B업체는 의예과가 있는 대학과 교대 정보만 추가해 중하위권 학생들은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입시설명회를 진행하던 한 강사는 6월 모평에서 고난도였던 5문제를 제시한 뒤 "이 문제 외에 틀린 사람은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시설명회 자리가 주요 대학에 갈 수 있는 상위권 학생들 위주로 진행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지역민들을 위해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입학처 관계자를 초청해 입시정보를 제공하는 지자체의 입시설명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용산구는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한국외대의 입학사정관을 초청했고 태백시는 강릉원주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춘천교대·한림대 입학사정관을 초청해 입시설명회를 연다. 마찬가지로 지자체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 대부분 성적이 높아야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들이다.

서울시내 한 구청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성보고등학교 3학년 학생 박모씨는 "성적이 낮아 위축됐는데 내가 지원해볼만한 대학이 한 곳 있어 상담을 받았다"면서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고교 교사들은 최근 특히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 면접 등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은 항목은 대외적으로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학생들이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말한다. 때문에 대학 입학사정관을 직접 만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유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입시설명회가 상위권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실제 입학이 가능한 대학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박정근 회장은 "입시철이 되면 교사들이 정보에 목말라 한다. 개별대학으로 연락을 하면 정보를 받을 수는 있겠으나 교사 입장에서 매우 불편하다.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며 아쉬워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최승후 정책국장은 “주로 몇 개 대학에 자연계는 의치대, 문과는 교대 정도만 섞어 입학설명회가 열린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속상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입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3월 개통한 대입포털 adiga(Admission Information Guide for All 어디가)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어디가는 4년제 198개, 전문대학 137개의 입시정보를 쉽고 유용하게 확인하고자 만들어졌으나 경쟁률, 등급컷 등 정량적 비교수치만 제공할 뿐 각 대학에서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정성적인 평가에 대한 정보 제공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지난해 수능 4~6등급 학생 수가 약 20만명이었다. 전체 응시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데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학교 간판 위주가 아니라 학과 중심의 입시설명회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성적의 학생들을 고루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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