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 교수(NCS·교수학습센터장)

기타를 배워본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기타연주는 코드로 시작해 주법으로 끝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주가 초보적인 수준일 때는 코드를 잡는 왼손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일단 본격적인 소리를 내는 중급 이상의 수준이 되면 주법을 담당하는 오른손이 어렵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2014년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이 시작된 이후로 모든 전문대학들이 NCS(국가직무능력표준)기반 및 현장중심 교육과정을 대학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성화사업에 선정된 상당수 대학들이 처음에는 NCS의 생소함으로 인해 교육과정을 개발하면서 여러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전문대학들에서 NCS기반 및 현장중심 교육과정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개발 및 편성돼 운영되고 있음을 볼 때 앞으로 3년간 진행될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의 2주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앞으로 3년간 진행될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의 2주기가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의 ‘학생’에 대한 연구와 전략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NCS기반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육의 수요자인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수요자는 ‘산업체’뿐만 아니라 ‘학생’도 해당된다. 특히 교육비를 국가에서 내주는 유럽과는 달리 학생이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서비스를 받는 주체가 학생인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학생’ 수요자가 ‘산업체’ 수요자 보다 이해하기 까다로운 고객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학생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연령대인데 적지 않은 수가 4년제 대학의 진학을 목표로 공부해 오다가 입시 등에 실패해 그 대안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한 경우다. 또 자신의 전공 선택에 있어서도 부모의 권유, 취업 가능성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비율도 높다. 학습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NCS수업을 하다보면 전문대학의 교수들은 자연스레 이상적인 목표와 현실사이의 상당한 간극을 느끼게 된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학습하기 위한 열의로 가득 차 있고 학습동기가 충분히 부여돼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더욱이 요즘 학생들은 TV나 영화조차 지루하고 수동적인 매체로 느낀다는 스마트세대가 아닌가.

전문대학의 교육이 긍정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교수들이 학습자중심 교육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수업이 변해야 한다. 가르치는 내용은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NCS를 상당부분 반영하더라도 가르치는 방식은 얼마든지 수업설계 단계에서 얼마든지 학습자 중심적일 수 있다. 현대 교육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 보다 ‘어떻게’ 배우느냐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바탕에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정보화시대가 열리면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결국 학습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내용을 선택·확장해서 배울 수 있는 시대이므로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2주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NCS기반 교육과정 운영과 함께 학습자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의 성과평가에서도 대학이 어떻게 수업을 바꾸어 가고 있는지를 비중 있게 포함시키고, 또 우수한 수업사례가 있다면 MOOC처럼 온라인에 공개해 확산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마치 아름다운 기타연주는 코드를 잡는 왼손과 주법을 담당하는 오른손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처럼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내용을 선정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교수학습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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