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SCK·ACE·LINC 선정 당시 비정규직 1천명 넘게 늘어

대학가 직원 3명 중 1명(34.9%)은 비정규직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구무서 기자] 본지가 지난달 30일 대학알리미의 2013년~2015년 직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3년 1만 7296명이던 대학가 비정규직은 2014년 1만8892명, 지난해는 1만9139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학가 전체 직원 5만4769명 가운데 34.9%에 달한 수치다. 대학가 직원 세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대학가 비정규직의 빠른 증가는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맞닿아 있다. 대학들은 최근 이어진 재정압박으로 교육부의 국책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지원사업의 지속기간이 3~5년에 불과해 대학들은 관련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 특성화사업(CK·SCK사업)과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사업) 등 대규모 재정지원사업 3개가 몰렸던 2014년에는 대학가 비정규직이 1000명 이상 크게 증가했다.

수도권 한 전문대학은 SCK사업 선정 뒤 전담 비정규직을 1명 늘렸다. LINC사업단에도 2명을 채용했다. 이 대학 기획처장은 “크게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도 “국책사업이 한시적인 사업이라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사업 종료 뒤에는 잉여인력이 될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비정규직 채용으로 인해 사업진행에도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기획처장은 “사업이 최장 5년이라고 해도 비정규직법에 의해 2년 이후에는 채용했던 직원이 교체된다. 이 때 새로 들어온 직원이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연속성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대학은 이렇게 채용된 비정규직이 사업 외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 대학 한 보직교수는 “사업에 선정되면 작게라도 인건비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그 재원으로 비정규직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할 수 있는 셈이다. 대학에서 정규직을 늘리기 힘들다보니 이렇게 사업선정으로 채용된 비정규직 직원에게 사업 외 업무를 떠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비정규직 역시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이 보직교수는 “계약서에 사업 종료 시 계약이 끝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채용된 비정규직원은 자기 인건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다 아니까 끝날 때쯤 미리 얘기를 해서 퇴사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도 유사하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보직교수는 “사업이 다 없어지면, 그 직원들도 다 없어진다. 우리 대학은 정부지원사업을 하는데 한 사업당 3~4명 이상 비정규직은 다 고용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대의 경우는 아예 비정규직 채용을 강요당하는 경우에 가깝다. 호남지역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국책사업에 선정되면 지금 있는 직원규모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 국립대는 교육공무원직 TO가 정해져 있어 정규직원을 마음대로 채용할 수가 없다. 구조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을 강요받는 셈이다. 이 직원들은 결국 사업이 존속할 때까지만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각 국책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전담부서별로 1~2명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총장명의로 고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소나 각 사업단이 부서장 명의로 채용하는 비정규직은 대학의 통계자료에조차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구소 등에서 행정조교를 자율적으로 채용하는 경우 대학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각종 통계에서도 누락되는 형편이다.

최근 국립대는 국립대 회계법(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재정위원회에서 매년 인력현황을 정하도록 해놨지만 여기에도 연구소나 사업단 등 부서장이 자율적으로 채용한 인력은 빠졌다. 서울대의 한 비정규직 직원은 “서울대가 매년 발간하는 통계편람에 항상 비정규직은 빠져있다. 항상 사무실에서 마주치고 같은 일을 하지만 대학구조에서 우리는 투명인간”이라고 전했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지금 대학정책 아래서는 정규직 채용을 엄두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국책사업을 따내면 어쨌든 업무는 늘어나는 셈이고, 이를 기존 직원들에게만 가중시킬 수는 없다. 결국 신규직원을 채용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인건비 비율이 75%를 넘어가는 수준에서는 한 명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되는 것도 두렵다. 결국 할 일은 느는데 일할 사람은 없으니 대규모로 명예퇴직·희망퇴직을 받아서 고연봉자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앉힐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아웃소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립대 기획처장은 교육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처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부 정책이다. 대학구조조정으로 정원을 감축해 재정수입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유지비 등 감가상각비용은 매년 증가추세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라도 하지 않으면 명줄이 끊길 판인데. 이 사업을 따오면 또 전담인력을 배치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건 교육부 정책에 따른 구조적인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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