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장 찾지 말라" 서울대 졸업식 이색 축사 '눈길'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재는 밝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포용할 때 그동안 쌓아온 지성과 덕성은 더욱 빛을 발휘할 것입니다.”

올해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대학 총장들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당부한 키워드는 ‘겸손’ ‘창의’ ‘도전’ 이었다.

29일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에게 위와 같이 강조했다.

성 총장은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하면서 "이 시간에도 서울대인은 한반도의 도서벽지를 찾아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고 있고 구촌 곳곳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서울대학교 글로벌 사회 공헌단을 중심으로 서울대인의 희생과 봉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히 축사 연사로 나선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은 졸업생들에게 다소 뜻밖의 조언을 했다. 부와 명예를 약속하는 화려한 직장을 오히려 멀리하라고 한 것이다.

이날 축사를 한 김인권 원장은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를 거쳐 한센병 전문병원인 여수애양병원에서만 34년째 근무하며 한센병 환자들을 돌봐왔다.

김 원장은 “내 첫 직장은 한센병 환자와 소아마비 장애인을 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그 전까지 아무 지연이나 혈연, 학연이 없던 곳이었다”며 “오랜 세월 큰 동요없이 봉직한 힘은 바로 이 선택을 내가 했고,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었다”고 설명했다.

학내 분란속에서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언급하며 “똘똘 뭉쳐 이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총장도 있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당초 "최근 학내 사태에 대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대학의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현안을 촉박한 시일 내에 처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미흡함이 있었다" 등의 축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 총장은 학생들의 야유로 축사를 하기 어렵게 되자 스크린 자막으로 이를 대체했다.

총장들은 대학의 노력이 있어 졸업생들이 사회활동이 더욱 빛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균태 경희대 서울부총장은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앞에 놓여있는 목표와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배움을 증대해 갈 때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희대는 앞으로도 여러분의 인생 동반자로서 학술과 실천의 결합을 통해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한국외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기를 바란다"며 "우리 대학도 무한 경쟁 시대에 어문 지역학과 융복합학 육성 등 글로벌 대학으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빠른 흐름에 따라 생각의 변화를 발맞춰 나가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은 "머지않은 장래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세심한 관찰, 치열한 의심과 질문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독창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 실행력을 키우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각의 프레임 자체부터 바꾼다면 분명 기회가 보이고 상상이상의 성취도 가능할 것"이라며 "창의와 융합의 역량을 키워 미래사회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도전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기보다는 실패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인내와 지혜를 터득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실패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서 실패의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공유할 때, 비로소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승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여러분의 꿈과 포부가 드라마에서 보거나 남들이 바라는 대로 설정돼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라"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호기심을 갖고 살라는 충언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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