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하며 다양해진 취향, 다채로운 먹거리

대학생 음주문화, 사발식 등 줄어들고 가벼운 술자리 늘어
‘싸고 간단하게’ 간편식 인기…프랜차이즈 카페 간 경쟁도

[한국대학신문 이재익·이한빛 기자]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화 요소 중 하나가 먹는 문화다. 대학생의 먹거리 문화와 음주 문화는 시대와 사회 상황에 따라 변했다. 단체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면서 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먹거리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과거 학사주점과 다방이 대학생 먹거리 문화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펍 주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과거부터 2016년 현재까지 대학생들의 먹거리 문화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변천사를 비교해본다.

■ 음주문화, 단체문화 옅어지며 가볍게 변해 =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대학 생활에는 항상 술이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부터 학과 행사, MT, 축제 등의 단체 행사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대학생의 음주문화를 대표하는 단체 행사 중 하나는 신고식, 사발식 등으로 불렸던 신입생 환영회다. 고려대가 진행한 사발식은 특히 유명했다. 보성전문학교 시절 일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시행됐다고 전해지는 사발식은 70년대 이후 신입생들이 많은 양의 막걸리를 마시고 묵은 때를 토해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큰 그릇에 막걸리 또는 소주를 따르고 이를 비우게 하는 형식의 신입생 환영회는 선후배 간의 우애를 다지는 목적이었지만 강제적인 술 권유와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망 사고 등 여러 문제점도 낳았다.

90년대 이후 ‘함께하는’ 문화가 조금씩 옅어졌다. ‘필참’이었던 술자리도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많이 축소됐다. 술로 인해 발생하던 사건사고가 논란거리로 꾸준히 부상하면서 음주를 강요하던 행태도 많이 줄어들었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의 공동저자인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학생들이 혼자 생활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단체형태로 이뤄지는 회식에 대한 선호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단체 술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배나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신경 써야 하니,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컸을 것”이라 말했다.

▲ 대학생활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신입생 환영회부터 MT, 대학 축제 등의 단체 행사에 술이 함께 했다. 대학에서는 축제 기간을 맞아 술 대신 우유나 음료수 마시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사진은 1975년 건국대 축산대에서 주최한 우유 마시기 대회 (사진 = 건국대 제공)

과거 대학가에는 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저렴한 안주를 내세운 술집들이 성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학사주점이다. 7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학사주점은 간단한 안주와 술을 판매하며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80년대에는 막걸리나 동동주 등을 판매하는 민속주점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역마다 대학가 주변에는 이런 주점들이 모여 거리를 형성했다. 서울에서는 종로 피맛골과 신림동 녹두거리 등이 있었다. 신림동 녹두거리는 서울대 학생들의 주요 상권이자 고시촌으로 유명했다. 과거 큰 규모의 민속주점과 호프집 등이 밀집해 있었지만, 상권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매출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녹두거리에서 24년째 영업 중인 황해도빈대떡 전정순 사장은 “학생들의 음주문화가 변하면서 학기 초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경기도 좋지 않고 사시폐지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아 거리가 삭막해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80년대와 90년대에는 맥주가 대학가의 대표 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맥주의 소비 증대와 함께 치킨도 새로운 안줏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대학가에는 다양한 주종과 브랜드들이 공존하고 있다. 소수 인원이 가볍게 술을 즐기는 펍 형태의 주점과 포차 형태의 술집도 등장했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문화도 생겨 대학생 술자리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졌다.

■ 싸고, 빠르고, 많이…먹거리의 진화 = 대학가 주변의 먹거리가 시대 변화에 맞춰 많은 변화를 보였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채우려는 경향은 언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7~80년대는 대학생이 향유할 수 있는 음식 선택의 폭이 적었다. 교내 학생식당을 이용하거나 중국집, 분식집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은 80년대 한양대 생활관 식당의 모습. (사진 = 한양대 제공)

다만 과거에는 음식 선택의 폭이 적었다. 캠퍼스 내 학생식당과 중국집에서 시켜먹는 짜장면, 분식집 메뉴 등이 주요 먹거리였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경우 고깃집이나 고급스런 분위기의 경양식 레스토랑을 찾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못했다.

90년대 이후 대학가 주변에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면서 선택의 폭도 함께 넓어졌다. 이와 함께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선호가 늘었다. 싸고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뷔페 등 무한리필 음식점도 늘었고 그 메뉴들도 육류부터 샐러드, 초밥까지 다양해졌다.

도시락 전문점이 들어섰고 더욱 간소화된 밥버거, 컵밥 등의 메뉴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역시 삼각김밥을 비롯해 편의점 도시락과 가정식 대체식품(HMR)을 새롭게 내놓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직접 요리해서 먹기보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선호소비가 늘고 있다”며 “다양한 메뉴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새로운 메뉴 개발, 투자 등의 선순환 형태가 구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 현재 대학생들은 싸면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이러한 대학생들을 공략해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이나 가정식 대체식품(HRM)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을 찾은 고객이 도시락 메뉴를 고르고 있다. (사진 = GS25 제공)

한편 다양한 선택지와 함께 가격과 상관없이 높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들도 대학생들이 밀집한 신촌, 홍대입구 등을 중심으로 생겼다.

이광연 한양대 연구교수(식품영양학)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음식 문화 역시 트렌디하게 변화하면서 높은 품질의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났다”며 “최근 생겨난 먹방 열풍과 SNS를 통한 입소문 확산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대학생과 커피, 다방에서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 술, 밥과 함께 대학생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바로 커피다.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쉼터 역할을 하던 다방은 이제 프랜차이즈 카페로 변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저트 카페들이 커피와 경쟁하고 있다.

과거 다방은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학생들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는 담론의 장소이기도 했다. 혜화동 학림다방과 신촌 독수리다방, 이대 앞 빠리다방 등이 유명했다.

▲ 신촌에 위치한 독수리다방은 1971년 개업해 연세대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쉼터 역할을 했다. 2005년 폐업한 이후 2013년 다시 개장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80년대 독수리다방의 모습 (사진 = 독수리다방 제공)

다방은 음악감상실의 역할도 겸했다. DJ가 신청곡을 틀어주며 사연을 읽었고 통기타 가수들의 공연 무대가 마련됐다. ‘쎄시봉’도 당시 유명했던 음악다방이었다.

80년대 이후 다방의 입지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커피믹스와 자동판매기가 등장하면서 다방을 찾는 움직임이 뜸해졌고 2000년대 이후에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성행하며 다방은 그 자취를 감췄다. 학림다방, 독수리다방 등 소수만이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1971년 개업해 34년간 운영하다가 2005년 폐업했던 독수리다방은 2013년 다시 문을 열었다. 독수리다방 손영득 사장은 “대학가의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지만, 다방이 가졌던 클래식한 분위기와 특유의 ‘천천히 문화’를 유지하며 정체성을 가져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방의 자리를 대신한 카페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넘어 학생들이 과제를 하고 조별 토의를 하는 등 개인적인 업무를 하는 곳이 됐다. 최근에는 좌석을 없애고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운영하는 카페도 늘었다.

▲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쉼터 역할을 하던 다방은 이제는 프랜차이즈 카페로 변화했다. 현재 대학가에는 커피 뿐만 아니라 빙수, 생과일쥬스 등 다양한 메뉴를 가진 프랜차이즈 브랜드 간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이한빛 기자)

현재 대학가는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함께 빙수 전문점, 생과일주스 전문점 등 디저트 카페까지 가세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대학가 상권을 잠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커피값이 학생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보다 비싸지며 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에 <커피의 거의 모든 것>의 저자 하보숙씨는 “옷이나 밥도 종류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듯 커피 역시 그 가격이 다양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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