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기구 평의원회 위상, 역설적으로 법령 때문에 유명무실화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Q. 어느 때보다 사립대 운영 공정성과 투명성이 이슈로 떠오르는 이 때, 사립대 내에서 스스로 견제하고 자정할 수 있는 기능은 없는지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법적으로 보장된 기구는 있다.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내 구성원들이 중심으로 꾸려져 직접 대학 운영을 심의하고 또 자문한다. 또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십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총장이 측근들을 교수평의원으로 임명해 ‘11대0 위원회’라고 불렀다. 최근에야 교수회에서 참여하고 있다. 회의를 하려고 해도 본부가 심의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행정직원도 배치하지 않으며, 심의결과를 무시하고 제멋대로다. 개방이사 추천위원회도 우리끼리는 ‘개판이사 추천위원회’라고 부른다.”(서울 A사립대 교수회장)

대학평의원회는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사립대학에 설치 의무화 됐다. 전체 사립대에 설치 마무리 된 시점은 교육부가 대학평의원회 설치 및 운영 여부를 국고사업 참여 조건으로 달았던 2014년부터다. 시행령은 평의원은 교원·직원 및 학생 중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해 11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많은 사립대들이 대학평의원회 구성, 운영규정, 회의결과 활용여부 등 내실 있는 운영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사립대학과 전문대학 가운데 85.8%인 229개 대학에서 대학평의원회를 법정 최저인원인 11명으로 구성했다. 12명과 13명으로 꾸린 대학은 각각 13개, 16개교였으며, 14명 이상으로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한 일반대학은 경희대(21명), 연세대(19명) 등 8곳이었고, 전문대학은 오산대학(15명) 한 곳이었다.

평의원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없다.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에서는 교수회나 직원협의회 및 노동조합, 학생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총장이 위촉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구성권한을 심의 받아야 하는 기관장인 총장에게 부여하고 있어 대학에 비판해온 구성원 단체에 소속된 이들은 배제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논란이 된 이화여대의 경우 2014년 대학평의원회 구성 당시 총학생회 선거에서 선출돼 차년도 활동을 앞둔 학생대표 임기를 꼬투리 잡아 자격을 제한한 경우가 있었다.

평의원 구성단위별로 살펴보면 교수는 39.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직원은 24.9%, 학생은 11.9%, 동문 및 기타는 23.6%였다. 구성원인 학생은 학부생 대표 1명도 껴줄까 말까 하면서 동문이나 외부인사는 2~3명을 위촉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문과 심의 기능만 있다고 해도 평의원회 방향대로 본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오너가 있는 사립대는 특히 개방이사 추천이 첨예한 문제다.”(지방 C 사립대 부총장)

개방이사는 법인 이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 이사들이 운영하는 이사회가 독단과 전횡을 하지 않는지,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는지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방이사 조차 대학평의원회 추천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박경미 의원이 전국 사립대 개방이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242개 대학 법인 중 전직 이사, 산하대학 총장이나 부총장, 산하 학교 전현직 임원, 교사 등 법인과 이해관계자가 있는 사람이 개방이사로 선임된 곳은 106곳으로 43.8%에 달했다. 전체 개방이사 591명 가운데 해당 대학 법인과 직・간접적 이해 관계를 가진 개방이사는 161명(27.2%)이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은 대학평의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 견제 받아야 할 대학법인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 개방이사 자격도 사립학교법상 경력과 크게 관계가 없고 제한조건도 극히 낮다. 즉 대학법인에서 큰 제한 없이 개방이사 2배수를 추천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이사회가 개방이사를 선임하는 만큼 견제기능을 상실하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결국 사립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내실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에 대해 박경미 의원은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려는 대학평의원회 도입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성 인원과 학생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논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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