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만의 문제 아냐…입시제도 개선해야"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입시 부정이 드러나면서 체육특기생 선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유라 씨는 지난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전형 과정에서 원서접수 마감인 9월 16일 이후인 9월 20일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딴 금메달이 실적으로 반영되며 논란이 됐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씨가 입학하는 연도에 승마 특기생을 추가하며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체육특기생 입시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정유라 씨처럼 권력이 개입된 유형부터 돈을 받고 들어오는 비리형 입학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울산의 한 대학 축구감독이 고교 감독으로부터 총 1억2000만원, 학부모로부터 총 6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혐의로 기소 당했다. 지난해에도 서울 한 사립대 야구부 감독이 학부모의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아 문제가 됐다.

대학가에서 체육특기생 입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교수나 감독 등 특정인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평가관이 검토하는 타 전형과 달리 체육특기생 특별전형은 전형과 종목의 특성상 교수 혹은 감독이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 두 명의 결정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에서 감독까지 했던 양승호 감독은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특기생 선발과 관련해 돈을 받고 학생을 선발했다가 지난 징역 1년 3개월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객관적인 점수가 아닌 서류와 면접 등 주관적 평가 요소가 강한 항목 비율이 높은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수도권 한 대학 교수는 "예전에 우리 학교로 골프 선수도 아닌데 골프선수로 들어온 학생이 있었다. 총장 지인의 아들이었다“며 ”실기평가로 하니까 예체능 대학은 입시 부정을 저질러도 표가 안 난다"고 말했다.

체육특기생 입시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로는 처벌 조항이 미미한 것이 꼽힌다. 교육부는 매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발표를 통해 체육특기생 특별전형 전형 방법으로 △전형 요소(학생부·수능성적·경기실적·실기고사)별 심사 기준 수립 △면접반영비율 최소화 △정량적·객관적 평가 위한 내신 활용 △단체 종목 내 개인 경기 실적 반영 비율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학전형 기본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 학생정원 감축 등 행정 처분 세부기준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만 명시해 당연 벌칙 조항이 없는 상태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여전히 서류 평가와 면접 등 정성적 평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정유라 씨가 입학한 이화여대는 1단계에서 서류 100%,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80%+면접 20%를 반영해 체육특기생을 선발하고 있다. 최소한의 검증 기준인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부랴부랴 올해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특별전담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입학전형 과정 평가 객관성 강화 △비리 발생 시 종목단체 통보 의무화 △비리 발생 시 대학 운동부의 대회 출전정지 △영구제명 △입학비리 연루 대학 모집정지 및 지원 예산 삭감 등의 조치를 마련했지만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2019년 입학전형부터 적용 된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으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교육부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31일부터 정유라씨에 대한 입학 및 학사 특혜 논란과 관련해 이화여대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체육특기자 전반에 대한 입시관리 실태와 출석 및 성적 관리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를 감사하기로 하고 부실 관리 실태가 드러날 경우 필요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입학처장을 지냈던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입시 비리는 이화여대에만 귀착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 전체의 문제”라며 “사전·사후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이런 일은 다시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체육 등 특기자 전형의 입시 부정에 따른 따가운 눈초리에 입시 공정성을 기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오성근 회장(한양대 입학처장)은 "오는 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회의에서 의견을 취합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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