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 해직강사 '유학파 소프라노' 전유진 씨

▲ 유학파 소프라노 전유진 씨는 2014년부터 5년 고용을 조건으로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에 강사로 재직했지만 서울대 음대는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전씨 등 시간강사 50여명을 해임했다. (사진= 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서울대 음대 강사 50여명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플래카드를 펼쳤다. 서울대 음대가 당초 5년 계약을 조건으로 임용한 강사들을 1년만에 해약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음대를 강한 목소리로 규탄한 이들은 뒤어어 곧바로 서울대 행정관 앞에 천막을 쳤다. 유난히 추운 겨울, 행정관 천막을 지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금은 플래카드도, 천막도 걷혔다.

그 사이 강사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졌다. 서울대 음대가 제출한 각종 반박자료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상고했지만 아직 결정일은 잡히지 않았다. 11월 말이라고만 전해 들었을 따름이다. 당초 50여명이던 음대 강사들은 갈 길을 갔다. 어떤 이는 한국을 떠났고, 어떤 이는 다른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새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직강사들이 여전히 ‘무직’상태에 처한 채 중노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유학파 소프라노 전유진 씨(44)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음대 91학번인 그는 미국 유학을 거쳐 2007년부터 음대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서울대 강사가 되진 못했다. 서울대는 꽤 문턱이 높았다.

“서울대는 음악시장에서도 꽤 프리미엄이 있다. 서울대 강사가 되려는 목적 중 하나는 개인레슨 시장에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자부심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전씨는 인터뷰 동안 서울대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5년이던 고용기간이 1년으로 줄어 해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4년 5년 고용을 조건으로 강사를 모집한 서울대 음대는 이듬해인 2015년 12월 돌연 고용기간을 1년으로 줄인 새 채용공고를 발표한다. 2014년에 계약한 강사들은 모두 물갈이 대상이 됐다. 전씨를 비롯한 강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서명운동을 펼치고, 총장과 보직교수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서류심사와 오디션을 강행했다.

해직강사들의 기자회견과 천막농성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서울대 음대는 ‘음대 시간강사들의 주장에 대한 정정내용’을 배포해 해직강사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박문의 가장 첫머리에는 “기자회견을 주도한 2명 중 1명은 현 시간강사가 아님”이었다.

이어 “서울대는 시간강사를 한 학기 단위로 위촉해, 현 음악대학에 재직 중인 모든 시간강사는 2016년 2월 29일자로 위촉 기간이 만료”된다고 설명했다. 또 “따라서 음악대학은 2016년 3월 1일자 강사 위촉 절차를 준비해야 했으며 이전 학과장 주도로 학과에서 위촉 절차를 진행해 생긴 문제점(규정 미준수·부적격자 추천·임의위촉 등)을 보완하고자 음대학장 명의로 채용 공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전에 선발된 강사들은 규정을 어기고 임의위촉된 부적격자라고 낙인찍은 것이나 다름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2014년 공채 당시 공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서울대 성악과는 2014년 시간강사채용 공고를 통해 임용기간은 5년까지 재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지원자격에서 ‘5년간 임용되지 않은 자에 한함’이라는 단서를 둬 중복 추천을 피하도록 했다. 전씨의 설명이다.

“음대 특성상 개인레슨 등을 돕거나 과목을 보조할 많은 강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채로 강사를 뽑아온 것이고 수업의 연속성 등을 감안해 5년간 고용해왔다. 다른 대학의 음대들 역시 최소 3년에서 4년까지 고용한다. 서울대는 그러면서도 그간 학벌과 인맥 등으로 일부 사람들이 강사자리를 독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5년간 임용되지 않은 사람을 뽑도록 견제규정까지 둔 것이다.”

전씨는 또 서울대가 새로운 강사를 뽑는 과정도 실망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 전유진 씨는 인터뷰 내내 서울대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사진= 이재 기자)

“음대 측에서 내세운 게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아니냐. 그래서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표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안준다고 하더라. 세계적인 콩쿠르도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표를 모두 공개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14년 계약 당시 우리는 해당 과목(성악실기·독일어딕션·성악앙상블·현대가곡)이 있었다. 지금은 그냥 강사라는 이름으로 뽑고 있다. 전문성도 없는 셈이다.”

서울대가 이들 강사를 해고하려는 이유는 뭘까. 첫손에 꼽힌 것은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법률개정안 등)’ 제정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음대 강사를 해고하는 사이 이 법은 국회의 결정에 따라 시행이 3년간 유예됐다. 명분이 사라졌지만 서울대는 여전히 해고를 강행하려 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이다. 인건비 절감도 있다. 기본적으로 성악과가 너무 많은 강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성악의 특성상 딕션(발음)에 따라 전문가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치 않고 있다. 그냥 뭉뚱그려 전문분야도 없이 강사를 선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 음악계, 특히 클래식 분야는 시장이 좁다. 강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전씨를 보며 걱정이 앞섰다. 

“각오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서울대가 이처럼 무례하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고쳐져야 한다. 그것만큼은 막아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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