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조기취업 관행 사회·기업 책임 크다”

[한국대학신문 김소연·구무서 기자] 대학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관련 조기 취업생 학점 부여를 위해 학칙 개정에 나섰다. 대학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조기 취업생이 출결을 하지 못할 경우 학점을 인정하는 부분이 큰 고민거리였다.

그동안 관행처럼 취업을 한 졸업예정자는 자신이 수강한 과목의 교수에게 '취업계'를 내면, 교수가 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김영란법에 의하면 이는 부정청탁에 해당된다. 이에 교육부는 조기취업자의 부정청탁 소지 해소를 위해 ‘미출석 취업자 학점부여’에 대한 학사운영 지침을 각 대학에 공문을 보냈다.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강의 방식이나 과제를 내면 이를 인정해주라는 내용이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부랴부랴 자체적으로 학칙을 개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은 조기취업생의 학점 처리를 학칙 개정이나 내규 개정으로 완료하거나 진행 중이다.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명지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한양대 등은 학칙, 대학 내규 개정을 완료했다. 광운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은 학칙이나 내규를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강대는 학칙 시행세칭을 신설해 ‘졸업예정 학기에 조기 취업 및 입사시험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결석 허용한계를 초과할 경우, 학생이 취업확인서(지정 서식)를 해당 기업(또는 기관)의 확인을 받아 학사지원팀에 제출하면 담당교수 재량에 의해 해당 근무기간을 출석으로 대체 인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담당교수는 해당 교육과정 이수를 인정할만한 수업 과제나 시험을 통하여 평가를 하고, 이에 상응하는 성적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성적은 B+ 이하로 부여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추가 내용을 신설했다.

서강대 조규순 학사지원팀장은 “청탁금지법 이전에는 나름대로 담당교수 재량으로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왔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니 법 이전에 교수가 재량으로 하던 것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면서 “다만 학생들 간 형평을 위해 조기 취업하는 학생들은 성적에 차별을 두도록 해놨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의 경우에는 기존 학칙 내에서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학칙 개정을 따로 하지 않았다. 서울대, 연세대의 경우 학사관리 지침을 만들어 조기 취업한 학생들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서울대 유덕웅 학사과장은 “서울대 학칙에 이미 학점을 주는 것은 교수 재량이라고 명시 돼 있어 교수가 재량에 따라 출결, 시험 성적 등을 반영해 성적 처리 할 수 있도록 해놨다”면서 “규정을 변경하거나 신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학생들이 조기 취업한 회사에서 증명서를 받아 제출 할 경우 해당 단과대학에 증명서를 보내고 교수가 이를 판단하고 학점을 부여하는 것은 교수 재량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 “대학이 아닌 기업,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목소리 = 교육부의 지침대로 대학들이 조기 취업자를 위한 학칙을 개정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사회 분위기나 기업들의 채용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은 김영란법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주지 않을수도 없고,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면 부정청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대학 졸업자가 아닌 졸업 예비자를 선호하는 기업들의 채용 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수 학생을 선점한다는 명목으로 졸업 예비 학생들을 채용할 경우 대학 교육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한 학기 수업을 다 듣지 않고, 성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A 대학 교무처장은 “대학 입장에서 기업들이 학생들 졸업과 무관하게 학생을 뽑아놓으니까 황당하다. 그렇다고 해서 취업하기를 원하는 학생에게 기업을 가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용시장이 워낙 경직돼있다 보니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기업이 졸업 전에 학생을 뽑았으면 정상적으로 수업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 대학 교무부장도 “학칙을 변경하면서까지 대학이 나설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취업이 됐다고 한 학기를 출석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와 기업의 문제가 더 크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바뀔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C 대학 학사지원팀장은 “김영란법으로 사회 인식도 1,2년 안에 바뀌길 희망한다. 사회에서 인식이 바뀌어서 4학년에 조기 취업 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면서 “우리 대학은 공개적으로 조기취업자 출결 인정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회에 취업하는 것 쉽지 않고. 학생들은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했을 터이니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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