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구조개혁법·총장직선제 등 다양한 쟁점 법안 상정

역사교과서 등 ‘충돌’ 예상 … 대학 현안 논의 미뤄질 듯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는 169개 법안이 상정됐다. 직·간접적으로 고등교육과 관련된 법안은 45개다. 이 중 교문위 소속 의원이 상정한 법안은 21개다.

▲ 16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고등교육 관련 법안 45개가 상정돼 대학가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사진은 전체회의에 앞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이영 교육부 차관이 문서를 검토하는 모습.(사진=최상혁 기자)

■ 대학구조개혁법안·교육위원회 설치 등 굵직한 이슈 눈길=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자율적 정원 조정과 기능 전환을 하는 대학에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부실대학 강제 폐교, 기능 전환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주기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과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으나 구조개혁 결과에 따라 대학퇴출을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였다. 다만 이 법안 대학의 정원감축을 강제하는 수단이라며 야당과 일부 대학에서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고 초정권적·초당적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교육부 장관의 평균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해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이유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안민석 의원은 이 법안에서 교육부 폐지를 전제로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 총장 선출 방안도 그동안 문제제기 돼왔던 논쟁사안 중 하나다. 2순위 후보 임용과 교육부의 악의적 총장 임명 지연으로 문제가 된 국립대 총장 임명에 관해 이번에 3개의 법안이 상정됐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대학의 장 후보자 선정 방식과 관련해 정부가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장 임명 제도를 교육부가 요구하는 간선제로 바꾼 바 있다.

아울러 이동섭 의원은 동법 개정안을 통해 교육부 장관이 대학의 장을 임용제청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학이 우선 추천한 자를 임명하도록 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했다.

윤관석 의원도 동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교육부 장관은 대학이 추천한 대학의 장 후보자에 대해 3개월 이내에 임용 제청 여부를 결정할 것과, 임용제청을 하지 않을 경우 사유를 대학에 통보하도록 했다.

■ 야당, 대학 입학금·등록금 등 재정 법안 ‘봇물’ = 고등교육 관련 법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입학금과 등록금이다. 의원 11명이 14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입학금과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내용이다.

노웅래·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징수의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었던 입학금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입학금을 등록금 항목으로 명시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대신 입학금을 직전 학기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안민석 의원은 등록금에서 입학금은 제외하되 대학이 입학 사무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실비 상당액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법안을 올렸다.

유은혜·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액인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수수료 등 등록금 납부로 발생하는 비용을 등록금 납부자에게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안민석, 우원식 의원은 졸업유예생에 대한 일괄적 등록금 책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각각 △실비 상당의 금액 집행 △학위취득유예학생 등록금 징수 금지 △학점별 등록금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만들었다.

이밖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등록금 인상을 기존 3년 평균 물가인상률의 1.5배에서 3년 평균 물가인상률만큼만 올릴수 있도록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법안과 등록금 대출 이자를 완전 면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대상에 대학원생을 포함하는 법안을 냈다.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기봉 교육부 기획조정실장과 개정법률안을 두고 의논하는 모습.(사진=최상혁 기자)

■ 비리사학 근절, 학내 민주화 촉진 법안도 = 비리를 저질러 물러났던 재단의 관계자가 다시 이사로 복귀하는 악순환을 끊는 법안도 발의됐다. 사학 비리 근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경미 의원은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해 임원 취임승인이 취소되거나 중대한 도덕적 결함이 있는 자의 경우 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동안 경기대, 광운대, 덕성여대, 상지대, 세종대 등 일부 사립대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당사자가 다시 이사로 선임돼 분쟁을 심화시키는 사태가 종종 발생해왔다.

또한 박경미 의원은 학생의 대표에게 학칙 개정안 제출권을 부여하고 학칙 제·개정 시 학생 및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이 추천하는 학생위원을 포함하도록 해 학생 자치와 민주성을 제고하는 법안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사립학교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기속력이 확보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행정소송 제기로 기속력이 정지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담은 법안을 올렸다. 그간 일부 사학에서는 학내 비리를 고발하거나 법인과 갈등을 빚은 교수에 대해 의도적으로 재임용을 거부하고 소청에서 재임용탈락 취소 결정이 나더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재임용을 지연시켰던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도 고등교육 분야에서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하도록 해 지방대학 육성 △다자녀 가정 자녀 등록금 및 입학금 면제 △기숙사비 산정 근거 공개 △수능 및 모의평가 시험 보안 체제 강화 △현장실습 제도 개선 등의 법안들이 상정돼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 쟁점 현안 처리 우선…고등교육 법안 뒤로 밀리나 = 이처럼 교문위에 상정된 고등교육 관련 법안이 다수지만 의원들은 쟁점 현안 심의와 처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교문위의 쟁점 현안은 역시 누리과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다.

유성엽 교문위원장도 지난 16일 전체회의 산회를 선언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법률안 등을 우선 심의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유성엽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이번 법안소위에서 상정된 법안들을 다 처리 할 수 없어 시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법률안 등을 우선 심의해 전체회의에 보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등록금 관련 법안을 상정한 한 국회의원의 비서관은 "발의하긴 했는데 역사교과서나 누리과정 때문에 이번에는 안 될 것 같다. 12월에 또 기회가 있으니 그 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쟁점 현안에 집중할 것을 시사했다.

한편 교문위는 상정된 법안들을 오는 21일와 23일, 24일 각각 법안소위를 개최해 심사할 계획이다.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오는 교문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전체회의에 앞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책상에 법률안 제안설명서가 놓여있다.(사진=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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