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1명 게놈 정보 통합…“정확한 질병 원인 예측 기대”

▲ 코레프 제작에 참여한 UNIST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김학민 연구원, 김현호 연구원, 박종화 교수, 조윤성 연구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한국인을 대표하는 표준 게놈지도가 나왔다. 전국 각지에 사는 한국인 41명의 게놈 정보가 통합된 ‘국민 대표 게놈지도’다. 한국인의 특이적 질병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UNIST 게놈연구소(소장 박종화)가 국민 표준 게놈지도 ‘코레프(KOREF: KORean REFerence)’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24일자에 공개했다. 코레프는 울산에서 추진 중인 ‘게놈 코리아 프로젝트’의 일부로 정밀 의료 기술 개발에 활용될 빅데이터다. 이 자료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유전적인 특징으로서 한국인 ‘참조표준’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UNIST 조윤성 연구원(생명과학부 박사과정)은 “코레프는 한국인 41명의 게놈 정보를 통합해 공통 게놈 서열을 융합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됐다”며 “세계 최초로 인구집단을 대표하는 표준 게놈지도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인간 게놈지도는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됐다. 하지만 백인 중심의 자료라 인종별 특징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2009년 중국에서 중국인 1명과 흑인 1명의 게놈지도 초안을 발표했지만 완성도와 정확도가 낮아 활용도가 적었다.

이에 박종화 교수팀은 한국인 41명의 게놈을 이용해 약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한국인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도록 정리했다. 기존 백인 중심의 인간 표준 게놈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한국인 1명의 돌연변이 수치가 400만개로 나타났지만 코레프를 활용하자 25% 감소한 300만개의 수치를 보였다. 이는 100만 개의 돌연변이가 단순히 인종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걸 보여준다.

박종화 교수는 “인종 차이로 인한 돌연변이와 질병에 따른 돌연변이를 구분하는 일은 정확한 질병 원인 규명과 예측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 국민의 대표성을 갖춘 최초의 표준 게놈지도, 코레프는 국민 건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종화 교수가 한국인 최초 표준 게놈지도인 코레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표준 게놈지도의 작성은 두 단계를 거친다. 먼저 첨단 DNA 해독기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게놈 정보를 생산한다. 이후 ‘생정보학(Bioinformatics)’ 기술을 적용해 컴퓨터로 게놈지도를 완성한다.

코레프는 이미 공개된 9개의 다른 인간 표준 게놈지도와 정밀하게 비교, 분석됐다. 표준게놈을 서로 비교하면 민족 간 게놈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인은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에겐 없는 염색체상의 큰 영역을 더 쉽게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결손 영역에 중요 유전자가 있을 경우, 질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게놈지도 작성의 대중화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인간 표준 게놈지도는 13년간 3조원을 들여 완성됐지만 코레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용으로 게놈을 정확히 조립했다.

박종화 교수는 “코레프는 지금까지 나온 표준 게놈지도 중에서 가격 대비 정확도가 가장 높다”며 “모든 인간이 각자의 게놈 정보를 갖고, 일반인도 정밀한 게놈지도를 가지게 되는 미래를 앞당기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가참조표준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국가 참조표준은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널리 지속적으로 사용되거나 반복사용이 가능한 국가 공인 자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채균식 국가참조표준센터장은 “코레프는 국가참조표준체계에 따른 엄격한 표준절차와 평가를 거쳐 제작했다”며 “신뢰도와 정확도가 확보된 데이터로 국가참조표준으로 등록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UNIST 게놈연구소가 공개한 코레프는 한국표준게놈지도 홈페이지(http://koreanreference.org)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미국 국가생명정보센터(NCBI)에서도 KOREF(Korean Reference Genome)란 이름으로 확인 가능하다.

한편 코레프 프로젝트는 2006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 주도로 시작됐다. 2014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게놈연구재단이 한국코레프 초안을 전 세계에 공개한 이래 게놈연구재단과 하버드대, UNIST 등 많은 기관의 협력하며 연구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10년간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자원부 등의 다양한 부처의 국가적 지원으로 완성됐다. 한국표준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하버드대 개인 게놈프로젝트(Personal Genome Project)와 국제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2014년 7월 개소된 UNIST 게놈연구소는 표준 게놈지도의 정밀화와 활용을 통해 게놈 산업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2015년 울산시와 공동으로 만 명 이상의 한국인 게놈을 해독, 분석하는 ‘게놈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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