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최순실·대국민 담화 등 박근혜, 무능한 대통령”

“촛불집회 참가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응원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200만 광화문 촛불과 전국 300만 평화 촛불은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대학가에서는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시국선언, 동맹휴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올해 한국을 찾은 국내 유학생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어느새 대학 구성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학생들. 이들에게 더 이상 한국은 K-POP, 드라마 등 ‘한류’로 요약 되지 않았다. 본지와 익명으로 인터뷰한 4명의 유학생들은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서 무능한 대통령과 그 친구(최순실)에 속아 넘어간 한국이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 국내 유학생들이 현 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 =손현경 기자)

-이번 시국을 어떻게 알게 됐는가.
제인(가명, 연세대 2) : “인터넷 포털 검색어 순위에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상위권에 올라서 처음에는 연예인인 줄 알았다. 검색을 해보니 최씨가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권력을 휘두른 전횡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놀랐던 것은 그가 정치인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사적인 친구였다는 사실이었다.”

라우쉬(가명, OO대 사회학 1) : “본국에서 한국학을 전공했고 한국 문화와 전통, 역사에 관해 나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이런 일(국정농단)이 생길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애슐린(가명, 경희대 3) : “한국 오기 전에는 문화에만 관심이 있었지 정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대통령 이름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친구들의 SNS에 ‘국정농단’ ‘최순실’ ‘정유라’ ‘OOO-게이트’ 등의 단어들이 도배하듯이 깔려있어 룸메이트에게 시국에 대해 듣게 됐다.”

-시국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카밀(가명,  OO대 심리학 2) : “본국에 있는 부모님과 현 시국에 대해 통화를 하던 중 부모님이 ‘당연히 대통령 옆에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라고 해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해한 사람은 정치인이나 통역사였고 최순실은 한국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지 않은 대통령의 개인 친구라는 점에서 매우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라우쉬  : “대학교 전공 수업에서도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교수님이 ‘국정농단’에 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다.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대통령 퇴진’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사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한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요구에 따라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인 : “한국 역사상 최대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국민들이 얼마나 속이 터졌으면 대국민 담화를 보고 대국민 ‘담와’라고까지 했겠는가. 검찰 또한 믿을 수가 없다. 최순실 구속 당시에는 하루의 유보 시간을 줬다. 그러나 최근 박정희 생가에 화재가 났을 때와 동상을 훼손한 사람에 대해서는 즉각 처벌을 했다. 최씨 같은 사람을 바로 구속해야 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세월호 7시간’에 사적 업무를 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특혜’에 대한 생각은.
라우쉬 : “한국 친구들을 보니 정말 힘들게 대학에 들어왔고 그 노력은 인정받을 만하다. 그런데 한 개인이 노력 없이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를 받은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억울한지 알 것 같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닌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학사 관리가 허술하다거나,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없어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더 놀랍다.”

제인 : “정유라 특혜 사건을 가지고 모든 한국의 학사관리가 부실하다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능력 있고 돈으로 대학을 갈 수 있는 것까지 백번 양보한다. 하지만 정씨 개인의 특혜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입학, 학사에 있어 피해를 입은 것은 용서 받기 힘들 것이다.”

-‘촛불집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제인 : “마리오네트를 이용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풍자적으로 나타낸 사진과 길거리에서 상황 극을 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한국인이 이번 시국에 대해 마음 아파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감명 깊었다. 무엇보다 학연과 지연 등으로 분열이 심한 한국이 ‘박근혜 게이트’에 촛불로 하나가 되고 있다.”

애슐린 : “본국은 시위를 하게 되면 바로 경찰이 강제로 진압하고 막는다. 한국 시위를 처음 봤는데 너무 평화롭게 축제 같은 분위기로 진행하는 것 같아서 나도 한번 참여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힘들어도 열심히 더 좋은 것(긍정적으로) 힘을 모으는 한국인들을 보고 한국인들에 대한 호감도가 더 커졌다.”

카밀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촛불집회에) 나가야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대한민국 대학생으로서 나가야 된다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 유학생이라는 신분이 발목을 잡는다. 폭행으로 진행하는 것은 뭐든지 좋지 않다. 사람이 다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는 연행자나 부상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 이전까지의 한국시위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집회라고 보고 있다.”

라우쉬 : “지금 한국 상황이 안 좋지만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을 떠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대통령에 문제가 있다고 나라까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혼란 속에서도 한국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유학생으로서 열심히 응원 하고 있다.”

▲ 대학생들이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가해 현 시국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사진 = 손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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