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폐교 수리해 올 3월 문열어

올 3월 경남 함양군 지리산자락에서 제도권 대학 교육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 대학인 ‘녹색대학’이 오는 3월3일 개교를 앞두고 있다. 지난 1995년 대안적 생태공동체 건설과 제도권 대학교육의 한계를 넘기 위해 사회 저명인사들이 뜻을 모은 이후 9년 만에 드디어 문을 열게 됐다. 녹색대학 초대 총장인 서울대 물리학부 장회익 교수는 정년 퇴임을 불과 한 학기 남겨둔 채 학교를 떠나기로 했다. 장 교수는 “녹색대학은 생태 및 환경을 중심으로 기존 생활 문명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실험대이자 오랫동안 몸담아온 대학을 비롯한 교육 전반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새 학교의 비전을 밝혔다. 녹색대학은 현재 비인가대학이다. 학생들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 학교가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에 대해 학교 내부에서는 인가신청여부를 둘러싸고 이상적인 교육을 위해서 제도권의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과 재정,운영지원과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측은 학생들과 학부모가 인가를 원하는 만큼 일단 제도권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받지 않는 전제 조건에서 2004년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정하고 있는 대학설립에 관한 최소요건도 교지, 건물, 교사, 수익형 기본 재산 등 4가지이므로 일단 인가신청에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유재덕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 사무관은 “지금은 평생교육시설 형태의 학교에 불과해 ‘대학’이란 이름도 부적절하지만 인가신청이 들어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가여부를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전인 교육 지향 녹색대학은 학부에 녹색문화학과와 녹색살림학과, 생명농업학과, 생태 건축학과, 풍수풍류학과 등 5개학과를 갖추었다. 대학원은 녹색교육학과와 생태건축학과, 자연의학과 등 3개 과정이다. 학부생은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대학원생은 주말수업을 받는다. 형식적으로 녹색대학은 제도권 대학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학생 선발 방법부터 교육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은 완전 딴판이다. 지난해 12월 수능 성적을 무시하고 1박2일에 걸친 심층 면접으로만 학부생 4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인원도 학교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에 부합하는 학생을 받아들인 것일 뿐 합격과 불합격의 개념이 아니다. 장 교수는 "대학에 붙고 떨어지는 당락에 따라 한 사람의 운명을 뒤바꾸는 것이 현행 입시제도의 병폐"라며 “녹색대학은 지식과 감성, 생활, 영성을 포괄하는 전인 교육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독특한 교육방식 대안대학인 만큼 교육방식도 독특하다. 녹색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40명의 학부생과 교수진이 한솥밥을 먹으며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점. 학생은 교수들과 하루 하루를 함께 생활하면서, 스승의 지식뿐만 아니라 삶을 통해 얻은 지혜까지 배운다. 정해진 교육 과정도 없다. 교수의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교육 방식이 고안될 수 있다. 외부 강사들을 초청해 공동 강의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일터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공부할 수도 있다. 형식이 없는 것이 곧 형식인 셈이다. 강좌는 있지만 시험도 없다. 평가를 통해 개인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무엇을 배웠는지를 보고서로 제출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장 교수는 “커리큘럼을 짜거나 기숙사, 식당 등의 운영도 학생들이 주도하는 등, 기존의 대학과는 전혀 다른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분야 저명인사 강사진 구성 이런 무형식으로 대학교육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교수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생태론자로 학계에서 유명한 장회익 서울대 교수를 비롯 문규현 신부, 시인 김지하, 박노해씨 등이 강의를 맡는다. ‘녹색평론’을 펴내고 있는 김종철 영남대 교수도 참여할 예정이며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 장 원 전 대전대 교수, 자연의학자 양동춘, 환경철학자 한면희씨 등도 녹색대학의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해외의 저명한 학자들까지 불러들여 간간히 강단에 세울 계획이다. ■공동체 생활 ‘청미래 마을’ 대학측이 구입한 3만평의 부지에는 생태공동체인 청미래 마을이 들어선다. 총 25가구가 녹색대학과 함께 생태공동체를 구성하고 살게 되는데 1차 분양은 이미 끝났고, 현재 2차 분양이 진행 중이다. 청미래 마을에서는 독자적인 녹색화폐 '레츠(lets)'가 사용되고, 주민자치회의를 통해 마을의 모든 일을 결정한다. 학생도 매일 3시간씩 의무적으로 공동농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보수는 녹색화폐로 받으며, 이 돈으로 등록금을 낼 수도 있다. 한편 녹색대학은 부지 매입비와 시설비 20여억원을 1천5백여명의 '국민주주'의 참여로 해결했으며, 앞으로의 운영자금도 '땅 한평 사기 운동' 등의 시민 모금 형식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www.ng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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