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제는 이미 각 대학에서 중요한 수행과제로 부가됐으며, 정부가 시행하는 대학평가가 있을 때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평가응모에 촉가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는 평가에서 선정되면 대학들이 당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지원금을 받기 때문. 이미 대학평가제의 모델들이 다양하게 연구, 시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재정지원책을 바탕으로 대학들이 일방적으로 정부시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팽배하다. 대학평가제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어떻게 수행되어야 할지 관련자들의 토론을 통해 해결점을 모색해 보았다.

<편집자> 토론자
박부권(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박재완(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오재응(한양대 기계공학부 학부장)
김효겸(교육부 대학지원 과장)

사회 = 정인성 한국방송대 교수

사회: 대학평가의 시작은 언제이며, 주관은 어디인지?
김효겸 과장: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주관으로 시행되어왔으며, 이 당시에는 재정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80∼90년대 들어와서 계량화를 거치면서 재정지원과 직 접적인 연결이 시도됐다.

사회: 대학평가의 분야는?
박부권 교수: 일반목적과 특수목적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목적사업으로는 대학 시설 설비평가와 대학 자구노력 등이 있으며, 특수사업으로 교육개혁 우수대학 평가, 국제전문인력 양성 및 대학원 중심대학 평가 등이 있다.

사회: 평가실시 이유는?
오재응 교수: 교육과 연구의 환경이 어느 정도인가를 평가해 그 평가에 따라 차별성을 둔 재정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며, 평가결과의 반영을 통해 대학의 올바른 발전 방법을 찾기 위 해 실시됐다. 대학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조사하면서 좋은 지표를 가진 대학을 선택할 때 다른 대학들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사회: 대학 평가제 무용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데?
김 과장: 교육개혁 우수대학에 응모한 대학 중 일부 탈락한 대학들이 무용론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며, 평가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힘겹게 여기는 대 학들도 평가제를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역기능을 쇄신하고 순기능을 개발해 평가제 를 적극적으로 발젼시키는 것이 대학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 대학평가의 성과는?
박부권 교수: 실질적으로 대학자체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서류상으로만 노력을 보이는 대학이 종종 있다. 대학평가로 지원되는 액수는 1천억원 정도인데 이 금액은 대학에 총 지원되는 1조원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다. 이외에도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대학들이 학교 내 환경, 시설, 교육여건 등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대학의 소비자인 수험생들이 대학의 선택 폭을 넓혔을 뿐 아니라, 입학한 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게 된 점도 성과물로 꼽을 수 있다.

사회: 대학을 평가할 때 염두에 두는 주안점은?
박재완 교수: 대학의 교육여건, 교육프로그램 및 행·재정 지원의 체계 등 세 가지에 중점 을 두며, 정부가 진행하는 정책에 대한 호응도와 대학들이 쏟는 노력의 상대적 차이 등을 감안한다. 인문대 평가의 경우 시설 보완, 건축 등의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는 교육방식, 내 용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평가가 시행될 때 마다 급하 게 움직이는 대학과 오래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온 대학을 구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 대학의 평가기준은?
박부권 교수: 전문인력의 양성, 공과대학 시설 등 목적마다 기준이 다르다. 공통지표는 대 학은 마땅히 갖춰야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국제전문인력을 양성할 때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 것이며, 사업목적지표는 학교에서 배출되는 전문인력과 직접 관계되는 것이고 정책유도지표는 교육부의 의도에 동참하는 대학들의 호응도를 하나의 지표로 만드는 것이다. 문제점으로는 정밀하지 못한 지표 때문에 일부 평가에서 불공평한 사례가 발생한다 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즉 교수 1인당 학생수도 학과, 전공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런 것을 비교할 때는 동일학과, 동일전공에만 비교해야 된다는 비교적 합리적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사회: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문제삼는 경우가 있는데?
오 교수: 평가기준이 다양해지는 반면, 한 교수가 한 분야에 오랫동안 평가위원으로 있을 시에 제기되는 문제인데 여러 가지 보완점을 거쳐 순환적으로 분야를 옮기거나, 평가위원의 자격을 두고 검증하자는 일부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보완된 상태이고 심각한문제는 야기되지 않고 있다.

사회: 대학평가의 문제점은?
박재완 교수: 일단 평가위원들의 중립성을 문제 삼을 수 있으며, 평가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대학 내 사정을 파악해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대학들도 평가 후 나온 결과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를 삼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올바른 평가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나 절차문제, 전반적인 평가시스템이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오 교수: 우선 평가기간이 짧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는데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위원들은 1주일 정도 평가대학에 상주하면서 강의를 직접 경청하거나, 시설물을 둘러보거나 학생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그 대학을 살펴보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 면 부정한 요소가 개입되었다는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경우가 될 것이다.
김 과장: 평가기관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한때는 방학 중에 평가를 실시했으나, 이후 학기 중에 이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일선 대학에 이중고를 주었다는 사실 은 인정한다. 평가기간을 늘려 시간적 여유를 준다거나, 평가제 사항을 세밀하고 내실 있게 만들어 소요시간을 줄이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을 한다지 만, 대학의 질을 스스로 높이는 것은 돈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 뒤 지원금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이후의 대책도 중요하다.

사회: 대학들의 반응은?
박부권 교수: 각 대학들이 돈을 어디에 사용하며, 올바른 목적에 이용하는지를 교육부 스스로가 챙겨야한다. 인력부족으로 지원 이후의 관리가 소흘히 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교육부 는 시설적인 면에 많은 지원금을 사용하는 대학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설면에서만 아니 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 유도가 필요하다. 일부 대 학에서 평가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데 평가결과는 공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 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사회: 외국의 대학평가제 사례는?
박재완 교수: 영국의 경우 '대학재정위원회'가 평가를 총괄하고 있다. 우리의 평가와는 달리 돈이 어디로, 어떻게 투입되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산출에 역점을 두 고 있다. 즉 지원을 해준 뒤 쓸모 있는 인재나, 기술력들이 생산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교수 1인당 학생 수 교육여건을 중시하지만, 영국은 졸업생이 안정된 직장을 가진 비율 등을 따지는 등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다.
박부권 교수: 평가를 내린 뒤 각 대학에 평가점수에 따라 상·중·하의 정도를 매겨 '하'수 준에 있는 대학이 '중' 또는 '상'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일정시간을 주고 재평가하는 경우도있다.

사회: 대학평가의 발전된 방향은?
박부권 교수: 연구중심의 평가기준과 교육중심의 평가기준을 달리하는 방안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평가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즉 모든 대학들이 제대로 평가제를 알아 야 한다. 대학들이 적절한 유형을 선택해서 평가제에서 최대한의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 과장: 여러번 평가에 선정된 대학이 있는 반면 한번도 선정된 적이 없는 대학이 존재하 는 것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이제는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을 없앨 수 있는 보완점을 마 련해 다양한 혜택이 대학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학부대학은 수준에서 떨어지는 인식 을 가 지는데 충실히 검토해 개선, 장기적 보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재완 교수: 국책지원의 목적은 선별적인 집중지원이다. 모든 대학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는 힘들다. 특수성을 지닌 대학 지원, 평가기구의 구성, 평가지침의 작성 등을 하나로 묶는 커다란 과정이 대두되고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데이터 베이스화 필요도 있다.
오 교수: 예·체능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세부적인 사항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평가하는 동안 끊임없이 문제점을 제기해 고쳐나가며, 지원하는 금액도 적정수준을 유지할 때만이 평 가목적에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owoa@unn.net<정리=노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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