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검정 역사교과서 병행 밀어붙이기에 野 해임건의안 만지작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에 ‘장·차관 인사권’ 판 깔아줄까 우려
與 탈당파 “창당 준비 중이라 잘…” 잔류파 “해임건의할 사항 아냐”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검인정교과서와 혼용하고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강행하자 야당에선 해임건의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 발의 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장차관을 임명할 수 있는 '조각권'을 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는 이준식 부총리의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야당이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1년 유예하고 검·인정 역사교과서와 병행하도록 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 해임건의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조각권(장·차관 인사권)’ 인정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면서 실제 발의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실상 꼼수 도입하는 것을 주도한 이준식 부총리의 귀책사유는 충분하다. 의원간 공감대는 있다고 보고 원내 지도부에서 논의를 진행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준식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으로 1년 유예와 검·인정 교과서 혼용을 발표했다. 29일과 30일 각각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과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안을 공고하는 등 국·검정 혼용을 관철시키기 위한 속도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야당 측은 교육부의 이 같은 행정절차가 국민 여론에 반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압박한 상태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국·검정 혼용방안 발표 직후인 지난달 28일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이준식 부총리는 책임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라며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여론을 편향적으로 수렴했고 현장 혼란도 막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교문위 간사)도 “해임건의안을 포함한 모든 정치적 수단을 통해 국정교과서 도입을 막을 것”이라며 해임건의안 발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해임건의안이 발의되기엔 쉽지 않은 형국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총리다.

오영훈 의원실 한 관계자는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현재 해임건의안을 비중 있게 상임위원회(교문위)에서 다루진 않고 있다.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당위성과는 별개로 국회가 정식 절차를 통해 대통령을 탄핵한 마당에 그 권한대행으로 있는 황교안 총리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발의가 이뤄져 통과가 되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황교안 총리가 권한을 행사해 장관 후속인사를 내정할 경우 이를 인정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인정할 수 없다면 차관 대행체제가 구성되는 게 유력하지만 야당 입장에선 교육부 현직 차관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측 한 관계자는 해임건의안에 대한 뚜렷한 당의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섭 의원실 한 관계자는 “12월 국회가 종료된 뒤 아직 1월 국회가 개의하지 않았다. 상임위에서 교육부 업무보고를 들어본 뒤 후속 단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현재까진 각 의원실별로 개별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수준이고 해임건의나 불신임결의 등이 공론화될 시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당은 해임건의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전희경 의원실 한 관계자는 “상임위가 열리기 전까진 특별한 입장이 없다. 교육부 업무보고 등을 들은 뒤 판단할 내용이다. 현재까지는 야권에서 일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신당 창당 준비로 해임건의안에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길부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누리당에서 탈당했으니 장관 해임까지는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창당 작업으로 정신이 없어 세세하게 살펴보지 못하고 있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함께 해임건의안 발의 대상으로 지목된 조윤선 문체부장관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특검 결과’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야당 측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수준을 뛰어 넘은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지목한 반면 여당은 의혹 수준으로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논의해야 한다는 방어적인 태도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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