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교수들 "이화여대 특혜시비 명백히 밝혀 처벌하길"

일부 교수 “부패한 정·학(政·學)유착 끊는 단초 제공해 주길 바라”

▲ 지난해 10월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 설립 추진으로 촉발된 이화여대의 학내 시위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시·학사특혜로 이어지며 최경히 당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학내 시위로 번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화여대의 입시·학사특혜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광폭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을 지켜보는 대학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검의 수사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특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된 의혹을 발본색원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농단 국조특위가 관련 증인들의 잇단 불출석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특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최장 120일까지로 제한된 특검 기간으로 인해 자칫하면 군불만 때다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제기됐다.

5일 현재 박영수 특검팀은 이화여대를 압수수색하고 남궁곤 이화여대 전 입학처장 등을 소환하는 등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특혜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쏟고 있다. 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되면서 정유라 씨 귀국에 맞춰 관련 의혹을 풀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의혹의 핵심에는 앞서 국회 국조특위에서 정유라씨 관련 의혹을 전면 부정했던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원장(당시 체육대학장)이 있다. 김경숙 전 학장은 국조특위에서 정유라 씨는 물론 최순실씨 역시 전혀 모른다고 강변했고 정유라씨의 입시특혜를 교내에 부탁한 적 없다고 부정했다. 그러나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가 김경숙 전 학장의 개입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증언을 함에 따라 뒤집어진 상태다.

■ 이화여대 사태 ‘입시·학사’ 비리에 초점 … 대가성 ‘재정지원’ 의혹 낱낱이 밝혀져야= 대학가에서는 김경숙 전 학장 등 일부 교수들의 부정 뿐만 아니라 김경숙 전 학장에게 막대한 국가연구비가 지원된 정황과 이에 대한 특혜 의혹 전반을 밝혀줄 것을 주문했다. 또 이화여대가 이번 정부 들어 교육부의 주요 대학재정지원사업 중 8개에 선정된 과정에서 발생한 특혜시비 역시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 한 교수는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특성상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비선실세가 개입해 농단을 부릴 수 있는 구조다. 이 구조적인 취약함에서 발생한 여러 비위 의혹을 특검이 밝혀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교육부는 평가결과를 공개하라는 각계의 압박에 대학서열화를 조장하고 사회적인 물의를 빚을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텨왔는데 그것 자체가 사업과 교육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평가가 부적절했다는 반증 아닌가. 이번 기회에 평가에 관련된 모든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 역시 특검이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유라씨 입시관련 수사의 핵심 의혹은 입시특혜 과정에서 정유라씨의 존재를 학내에 알리고 특혜를 주도록 종용한 인사가 누구냐는 점이다. 앞서 교육부 감사에서 김경숙 전 학장이 남궁 곤 전 처장에게 정유라씨 지원 사실을 알리고 남궁 곤 전 처장은 면접관들에게 “금메달 들고 온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두 교수는 앞선 국조특위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학사특혜 의혹도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으로 알려졌다. 시험을 보지 않고도 학점이 부여되거나 제적돼야 할 정유라씨를 구제하기 위해 학칙을 고쳐 소급적용했다는 의혹이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이를 주도한 관계자들은 역시 말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입시비리와 학사비리 전반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어디까지 개입돼 있느냐는 것도 풀어야 할 의혹이다. 최경희 전 총장 역시 최순실 씨 등을 전혀 모른다고 부정해왔지만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전 감독 등과 사업논의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의혹만 일파만파 커진 상태다.

체포돼 송환을 기다리고 있는 정유라 씨는 우선 업무방해 혐의가 유력하다. 추가적인 혐의가 드러날 경우 뇌물수수나 외환관리법 위반 등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특검, 국조특위 ‘지적’ 불구 국립대 총장 임명개입 의혹 수사는 소극적= 속도를 내고 있는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달리 비선실세의 국공립대 총장 임용 개입 의혹은 진척이 더디다. 최순실씨가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자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수사에 매우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또 관련 의혹이 수록된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김영한 비망록)의 증거효력도 쟁점이다. 현재 수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재판과정에 돌입하면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로 지목된 장본인들은 김영한 비망록의 증거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국조특위에서 김영한 비망록은 ‘개인의 기록’에 불과하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선실세의 국공립대 총장 임용 개입 의혹에 김영한 비망록의 ‘효력’이 중요한 이유는 증언과 정황에 의존한 국립대 총장 개입 의혹 중 유일하게 객관적인 기록이 김영한 비망록에 실려있기 때문이다. 김영한 비망록의 2014년 6월 19일자 기록에 남은 ‘서울대 총장 逆任’이 그것이다. 이를 근거로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등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이 서울대 총장 임용에 개입했다며 특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성낙인 총장은 이에 대해 한자를 오독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 초점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연루에 맞춰져 있는 만큼 국립대 총장 임용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국조특위에서 제기됐던 각종 국립대 총장 임용 개입 의혹도 수사대상에서 우선 배제돼 있다. 일각에선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드러났듯이 교육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특검이 수사하기에는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대학가에선 이 같은 상황에서도 특검을 통해 그간 쌓여있던 적페들이 모두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특검 기간 등이 제한돼 있어 우려는 있지만 우선 국립대 총장 임용 개입 의혹과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주길 바란다”며 “이번 특검이 부패비리사학과 정권 실세와의 부정한 연결고리를 발본색원해 국내 교육계의 오랜 적폐와 부정을 일소하는 단초가 돼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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