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참여 비율 저조…학교마다 운영상 어려움
-‘수박 겉핥기’식 기초교육에 그쳐, “회사가 원하는 전문 인력과의 간극”
-5년 뒤 종료. 융합교육 활성화 시킬 파급력 없나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소프트웨어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융합교육의 취지로 비전공자에게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지원을 받아 시행하는 SW기초교육은 미래 산업을 대비한 적합한 교육제도라고 평가를 받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학교마다 프로그램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이 지난 2014년부터 전국 26개 대학과 산학협력으로 진행하고 있는 삼성 SCSC(Samsung Convergence Software Course) 프로그램은 대학이 기업과 시행하는 SW 기초교육의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 비전공자에게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이수자는 선발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5년간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약정을 맺고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약 2년간 시행되면서 △문과생 참여 저조 △문·이과 이원화 캠퍼스 통학 △강의 시간 중복 △학사제도 요건 충족으로 인한 졸업 시기 연장 △삼성 IT계열 직군 면접 가산점 실효성 △전문 인력양성 부적합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문과생 참여 저조…이원화 캠퍼스 통학과 이수학점 부담도=프로그램 도입 초반에는 융합교육에 대한 관심과 취업시장에서 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과생들이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 문과생의 참여와 수료 비율이 기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의 경우 경영대, 문과대, 국제대학 등을 포함한 문과생 비율이 38%에 그쳤고 나머지 참여 학생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를 제외한 이과대 학생들이었다. 2016년도 프로그램 이수자 3명 중 중도포기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마저 이과대, 공과대 학생이었다. 

아주대도 프로그램 도입 시에는 인문 쪽 지원자가 많았지만 현재까지 참여 누적 인원이 문과계열 124명, 자연계열 111명으로 문·이과 비율이 비슷했다.

특히 문과생의 경우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경희대의 경우 용인 국제캠퍼스에 강좌가 개설돼 서울에서 용인까지 통학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그나마 전공과 시간표가 겹치면 수강을 할 수 없엇다. 

재학생 A씨는 “본 전공에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과 일정이 겹치거나 강의를 듣는 캠퍼스가 달라 통학과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꼭 듣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여러 제약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학사제도 상의 이수 요건을 맞추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평균 30~36학점을 이수해야 부·복수전공으로 인정되는 만큼 문과생들이 섣불리 생소한 분야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자칫하면 정작 채워야 할 본전공 학점을 채우지 못해 몇 학기를 더 다녀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도 있다. 

전 학년 평점 및 지정 소프트웨어 관련 교과목 학점도 4.5만점에 3.2이상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문과생들이 대다수 이과생들과의 학점경쟁에서 행여 뒤질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

■‘수박 겉핥기’식 기초교육, 전문 인력 양성 쉽지않아=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본 전공과목과 명칭만 같을 뿐 난이도는 비전공자에게 맞춘 상대적으로 쉬운 기초강좌를 제공한다. 때문에 학교 측은 이과생이라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처음 SW 강좌를 접할 때 문과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비전공자들, 특히 문과생들의 중도 포기 비율을 낮추기 위해 쉽고 기본적인 강좌를 제공하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주대 삼성 SCSC 프로그램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전공생들은 4년 동안 주 전공으로 배우는 분야를 이 프로그램 내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압축해 배워야 하니까 분명 힘든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삼성에서 제공하는 IT계열 직군 면접시 가산점이 정말 실효성이 있는가 논란도 있다. 프로그램을 이수하더라도 서류전형을 통과해야만 면접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고 우대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한 담당자는 회사 측 권한이라 학교에서는 상세한 건 잘 모른다고 언급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실제 회사가 원하는 SW 인재와 프로그램 이수자의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SCSC 관계자는 “우리도 애로사항이 있다. 회사 측에서 원하는 융합 인재는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성이 강한 인재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5년이면 산학협력 프로그램 기한도 끝난다”며 “그래도 융합교육의 일환인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나름대로 예산을 아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