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준 인하대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

며칠 전 국내의 한 주요 일간지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안 바꾸면 미래 없다'는 주제의 2017년 신년기획 특집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의 교육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몇몇 인사의 말을 빌려 대한민국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며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기사를 대하면서 ‘대학은 앞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며,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고, 또 연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급속하게 변하는 이 시대에 대처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올바르게 책임질 수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인문학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기 위해서 우선 ‘인문학’의 핵심 개념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인간의 본성’이란 의미의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란 용어는 키케로(Cicero)가 ‘웅변가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칭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이 용어는 르네상스 때부터 중세의 정신적 유산인 신 중심의 세계관을 인간 중심의 가치관으로 전환하려는 학문적 시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새롭게 정립됐다. 그 이후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은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면서 인간의 정신과 삶의 방식을 보다 고귀하게 이끌어가는 학문을 총칭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문학이 가진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인문교육의 방향성을 생각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이 가능할 것 같다.

첫째, 인문교육을 ‘일반 교양교육’과 동일시하는 측면에서 현재의 인문교육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품격과 올바른 사회윤리의식을 강화하는 인성교육이 강조돼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인문교육의 전문성 측면에서 인문교육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과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학습자에 대한 평가방식 또한 다양화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은 IT 혁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측면에서, 전통적인 인문학은 어떤 방식으로 ‘Computational Methods’를 도입해 적용할 것인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축적된 지식의 분량이 너무도 방대해, 한 인간이 그 모든 출판물 모두 읽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요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선별해 활용하는 인문지식의 경영체계 구축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상술한 세 가지 방향 중에서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할 부분은 역시 인성교육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로 간주되던 인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줄줄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이것은 분명 지금까지의 인문교육이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반면, 통치자의 부도덕함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매번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인문교육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만들어 가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왔다는 자부심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우리 사회의 인문교육이 가져야 할 비중과 역할이 어떠해야 할 것임은 자명하지 않은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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