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해선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안동과학대학 교수)

NCS 첫해에 90% 도입 … 능력단위 등 오류에 반감
입학정원 많은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 감축률 높아
수업연한 다양화는 고등직업교육 제대로 하려는 것

▲ 이해선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직업교육에 대한 전망과 철학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정부도, 국민도 전문대학에 대한 불신을 거둬 달라. 믿어주면 잘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경험이 축적 돼 있다.”

이해선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안동과학대학 교수, 사진)은 직업교육을 낮게 보는 사회적 풍조와 이것이 교육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전문대학의 인적구성은 일반대학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전문대학 교수들은 모두 학위와 함께 현장실무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절벽시대에 대비하면서 살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해왔다. 이제는 간섭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새롭게 학과를 구성하고 꾸려갈지 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부에 대해서는 “전문대학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부재정지원 규모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대학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면서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얼마나 직업교육에 대한 전망과 철학이 부재한 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해선 소장을 10일 서울 서대문구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 만났다.

-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로 ‘전문대학 집중 육성’ ‘능력중심사회 여건 조성’ 등을 내걸었다. 
“능력중심사회 조성의 핵심요소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과정 도입이었다. NCS와 국가역량체계(NQF)를 통해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로 가겠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NCS기반 교육과정 방향이 무조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혹자는 NCS를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사업이었다고 평한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 빨리 서두른 것이 문제다. 모든 대학들이 첫해(2014년) NCS를 80~90% 도입했다. NCS기반 교육과정이 정착되는 데 길게는 10여년 이상 진행돼야 하는데 너무 급했다. 게다가 능력단위 개발도 급하게 진행돼 오류가 많았다. 이에 많은 이들이 반감을 가지게 됐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했으면 더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 전문대학에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이 진행됐다. 이 사업들이 전문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지표상승을 정책적으로 견인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교육적 피로도와 낭비가 많았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쏟아야 할 노력과 힘이 지표를 높이고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작업에 소모됐다. 보고서 작성에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프로그램을 돌려야 하는 등 교육 외적인 일들에 힘을 쏟다보니 수업이나 학생지도 등에는 아무래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했다. 전문대학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 평가라는 지적이 많다.
“인구절벽시대다. 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하는 건 근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아니다. 1주기 구조개혁평가에서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이 훨씬 더 많은 정원을 줄였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입학정원은 63 대 37 정도다. 교육부는 이 비율에 맞춰서 1주기 정원감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일반대학은 예정된 감축인원보다 적게 줄였다. 게다가 교육부는 마땅히 해야 할 조정역할을 못 했다. 같이 입학정원을 감축하기로 했으면 공평하게 가는 게 맞다. 그 부분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본다.”

- 전문대학에서 수업연한을 2~3년에서 1~4년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소장직을 맡으면서 천착했던 문제 중 하나가 수업연한 다양화다. 전문대학은 끊임없이 수업연한 다양화, 유연화를 요구해 왔다. 직업교육을 잘 하기 위해서는 학제를 대학에서 전공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자동차정비의 경우 과거엔 기계만 공부하면 됐다. 지금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전기자동차 등의 등장으로 전기전자, 모바일 부분에 대한 교육이 없으면 자동차정비를 할 수 없다. 수업연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못 가르친다. 일반대학화가 아니라 고등직업교육대학으로 역할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차원에서 수업연한 다양화를 주장한다는 것을 알아 달라.”

- 직업교육의 국가적 책무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직업교육의 공교육화가 필요하다. 적극적 차별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더 많이 해주는 거다. 통계적으로 보면 직업교육에 진입한 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일반대학 학생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서도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게 맞다. 개인이 교육을 받음으로써 국가와 사회, 기업에 기여하게 된다. 결국 교육의 최종 수혜자는 개인이 아닌 기업과 국가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에서는 국가가 교육비를 전액 부담한다. 만약 무상 교육을 할 수 있는 GDP 수준이 아니라면 전체 전문대학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입장에서 정부 투자 확대 혹은 국가의 책임성을 확대해 달라. 직업교육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허용성과 존립의 사회적 가치를 봤을 때 앞으로도 충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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