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별 평가 불투명·정부 재정지원 無…결과 불 보듯 뻔해

“중소기업청도 있는데, 중소대학은 왜 보호 않느냐” 토로
성명서 발표·소규모 대학간 협력 등 대비책 마련에 고심

▲ 지난 1월에 열린 구조개혁 수도권 공청회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소연·천주연 기자] 최근 교육부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소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평가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대학들이 요구한 대학 규모별 평가가 일부 지표에만 반영되면서 입학정원 1000명 이하, 재학생 5000명 이하 소규모 대학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재학생이 전체 1000명 안팎으로 입학정원이 100명 이하인 신학대 등 종교계 대학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2주기 구조개혁평가 이후에 남아있는 신학대가 없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 "소규모 대학 죽으란 거냐" 불만 팽배 =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한밭대에서 열린 2주기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 결과 발표 당시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대학 규모별 평가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규모별 평가를 진행하더라도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다. 교육부 대학평가과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인원을 소규모 대학으로 보느냐, 소규모 대학을 나누는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규모와 관련해 과거 대학역량강화사업상 기준이 있으나 소규모 대학을 평가에서 제외하는 게 필요한 것인가 등 대학 사회 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소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신학대인 A대 총장은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소규모 대학에서 숫자를 줄여봐야 얼마나 줄일 수 있겠나”라면서 “입학정원을 계속 줄이면 소규모 대학은 운영이 불가능하다. 학교 교수들이나 직원들은 가슴이 철렁한다”고 불안감을 털어놨다.

김용관 부산장신대 총장은 “공정한 평가와 재정지원이 됐으면 좋겠다. 대학 내부에서 나름대로 개혁도 하고 노력했으나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단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다. 소규모 대학일수록 재정지원사업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어떤 대학은 올해 사업 9개 중 8개에 선정되고, 소규모 대학은 한 개도 선정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 대학은 재정지원도 없고, 규모별 평가도 진행하지 않으니 대학 간 경쟁에서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성경을 가르치는 신학대는 대학 특수성을 가진 만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에서 종교대학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대 총장은 “재정지원 사업에 신청할 학과도 없는 신학대의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대학은 소규모 대학, 대규모 대학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서 학생지원 평가 항목에 한해 규모별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B대학 기획처장은 “소규모 대학이 불만을 보이니 궁여지책으로 학생 학습역량, 취·창업 등에서 규모별 평가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어 “기본적인 정량지표인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율 모두 재정에 관한 내용은 대학 규모별 평가를 하지 않는다. 정부 재정지원 받고 기부금 실적, 산학협력 실적도 좋은 대형 대학만 유리하다”면서 “교육비 환원율은 왜 규모별 평가를 하지 않는지, 가장 답답한 부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C대학 총장은 “중소기업청도 있는데, 중소대학은 왜 정부에서 보호하지 않느냐”면서 기업을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구조개혁 평가에는 대형 대학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들어가고, 대형 대학들이 정보 접근성도 높다. 이번 정책 연구도 큰 대학, 주요 대학 교수들이 참여해 연구했다”면서 “중소형 대학들은 대형 대학이 만든 평가에 맞춰 끌려다니고 있는 셈이다. 중소형대학들이 불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니겠나”고 불만을 드러냈다.

■ 대학들, 대책 세워야 한다 ‘비상’ = 일부 소규모 대학들은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내거나 정부에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D대학 총장은 “소규모 대학들도 한목소리로 평가에 대한 의견을 내야 할 것 같다”면서 “기회의 균등 측면에서 대학 간 경쟁도 균등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학들은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서 규모별 평가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경성대와 동서대 대학 간 협력 시스템, 서울총장포럼 소속 대학들의 학점 교류 등을 혁신모델로 거론하면서 이 같은 형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루터대는 최근 2주기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소규모 대학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역량 제고 방안’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소규모 대학의 교수학습지원센터의 필요성 △경기 서남권 대학교 협의체(U6)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대비 사례 발표 △종교계 대학은 왜 평가에 취약한가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루터대 정재민 기획실장은 “사실 성경은 불변의 진리다. 신학대학에서 사회 수요에 맞게 커리큘럼 개편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학생 1000명 미만인 소규모 대학은 한계가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소규모 대학끼리 채우면서 공유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안했다. 소규모 대학마다 장점이 있는 시설을 공유하고, 대학 간 교류 등을 넓히기 위한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대, 성결대, 평택대, 한세대, 한신대, 협성대 6개 대학은 지난 2014년 말 경기 서남권대학교협의체(U6)를 결성하고 대학 간 교류를 넓히고 있다. 이들 대학은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해 교류 영역을 넓히고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세대 관계자는 “6개 대학이 지난 2014년부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교육부에서도 대학 간 교류와 공유를 강조했다.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해 U6도 교류 협력 분야를 넓히고 학점 교류 등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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