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학술논문 저작권은 없는가’ 국회 토론회 개최

▲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권재현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천주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국내 학술정보 서비스 산업의 현 주소를 파악,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학술논문 저작권은 없는가’ 토론회가 13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은 오픈 엑세스(Open Access, OA)와 관련된 쟁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재현 인천대 교수는 우선 OA가 학술논문시장의 경제적 구조의 특수성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학술지는 물리적 유형 자산이 없다. 평판인 무형 자산이 있을 뿐”이라며 “평판 좋은 학술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저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저자들에게 게재 비용을 무료로 해주는 등 유인책을 쓰는 대신 독자들에게 높은 가격을 매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OA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OA의 경우 정부 기관 주도하에 원문 무료 공개를 핵심사안으로 진행하면서 저작권 침해 등이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OA와 저작권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재현 교수는 “저작권이 학회에 귀속되느냐, 저자에 귀속되느냐에 대한 문제는 사실 대개 학회가 저작권을 갖는 게 옳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OA 전개와 저작권 침해 등은 큰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이 매우 중요하다’ ‘저자에게 찾아줘야 한다’ 말하면서도 아무도 나서서 찾아주려 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며 그 이유로 “기본적으로 논문을 쓰는 목적이 수익창출에 있지 않고 저자와 독자 모두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중층구조 탓”이라고 꼽았다.

OA로 인해 저작권이 명확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호남 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센터장은 “사실 교수들 중에 논문을 이윤창출의 목적으로 쓰는 사람은 없다. 저작권도 이윤창출이라기보다 명예 등의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다”며 “OA의 개념 자체가 내 논문은 누구나 카피, 편집,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되지만 출처 표시만은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학술논문시장에서의 OA에 대한 전망을 달리했다. OA의 취지에서부터 의문을 품으며 현재 부진한 성적을 지적하기도 하는 반면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라는 주장도 폈다.

권재현 교수는 “OA 취지로 글로벌 강화를 통한 국제화 달성이라고 말한다. 납득할 수 없다. 국내 학술지는 국외 학술지보다 후발주자로 평판에서 이미 밀린다. 저널의 평판 자체가 높지 않은데 수요가 높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원문 접근 장벽 때문에 학술지들이 국제화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료로 공개한다고 해서 과연 학술지가 국제화될 것인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OA 현황에 대해서도 “STM 등 몇몇 분야에서는 성공적이지만 인문사회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의 성적은 부진하다. 영리 출판사의 경우 수익 모델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호남 전 센터장은 “20년 동안 전체 저널 중 OA 저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다. 그런데 최근 엄청난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며 “한 학자는 외국의 경우 3년 후 전체 저널의 90%가 OA저널이 될 거라고 한다. 우리는 4~5년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OA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아가야한다는 데는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배성인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OA제도 자체나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OA를 도입하며 국가경쟁력을 얘기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유수한 해외 학술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부분으로 가고 있다”며 “국가 개입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남 전 센터장도 “OA는 저작자인 학자들이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수레를 끌고 가는 건 학자들이 할 부분이고 정부는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여러 주제에 대한 토론회가 많이 열린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구체적인 입법적 성과 등으로 결과물이 도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토론회 한번 한 걸로 스스로 자위하거나 주최한 국회의원이 관심을 갖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이라며 “2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토론회가 있었던 걸로 안다. 손톱만큼의 성과라도 내려는 자세로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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