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건립 주민 반대로 곳곳에서 무산 위기

양천구 신정3지구 청년주택 주민반대 심해
청년 주거권, 사회적 공론의 장이 우선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이 도시에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머물 공간은 없는 것일까.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또다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주거난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리츠’ 이른바 청년주택 정책은 주변 시세 80% 이하 임대료에 평균 7년의 임대기간을 보장한다.

은평구 진관동 편익용지와 양천구 신정동 자족시설부지에 ‘서울리츠1호’가 건설 준비 중이고 완공되면 1500가구가 청년들에게 제공된다.

이처럼 청년들의 고질적인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계속 추진되고 있지만 번번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갈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강서구 마곡지구와 KT가양전화국에 건설하려했던 ‘서울리츠2호’는 이미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목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행복주택도 2015년 주민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서울리츠1호 지역으로 예정된 양천구 신정3지구는 주민들이 이미 반대 서명을 받는 등 반발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이 포화상태인데 또 청년주택이 들어선다면 지역 이미지가 나빠져 집값 하락세를 불러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복잡한 교통, 일조권 침해, 범죄 발생 가능성, 소음 문제 등을 이유로 공사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 청년주택 '서울리츠1호'가 들어설 양천구 신정3지구에는 곳곳에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윤솔지 기자)

현장 곳곳에는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플랭카드와 반대 유인물이 나붙었다.

부지 인근 푸른마을2단지 입주자대표 측은 주민들에게 제공한 공문에서 “2016년 8월 19일 SH공사에서 개최한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인근단지 주민 전체가 청년주택 건립에 반대했음에도 서울시에서는 일방적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3지구 자족시설부지 내 공공임대주택 건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서울시와 양천구 측에 민원을 제기할 것을 요청했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반대서명을 받았다.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이와 같은 반대가 폐쇄적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신정동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했던 A씨는 자신의 SNS에 주민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본인들은 서울시가 제공한 주택에 거주하면서 청년들과 같이 사는 게 그렇게나 힘든 것인지 묻고 싶다. 청년들에 대한 차별적 폄하가 지나치다”고 일침을 했다.

 

▲ 공사 바리게이트가 쳐진 상태의 신정3동 자족시설부지 전경. (사진=윤솔지 기자)

푸른마을 2단지 주민 김모씨는 “아무래도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고 교통도 불편해 질 것”이라며 “그래도 갈등을 잘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거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나와도 현실화되기가 어려운 일차적 요인은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가지고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 부동산이 자산 중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착된 편견을 깨기도 쉽지 않다.

청년 주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온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은 “개인의 주거권보다 집값이 우선시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힘없는 약자들은 마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처럼 한정된 공간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달팽이 유니온' 측은 주민들의 목소리만 반영된 일방적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며 공청회를 열어 양 측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우선 이 반복되는 갈등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킬 테이블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공론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할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안용태 주무관은 “수차례 주민 민원이 제기돼 지난 2월에도 설명회도 가졌다.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정책 설명은 충분히 했다”며 “벌써 몇 년 전부터 정식 사업승인을 받은 거라 지금 상황에서 공사를 중단할 수 도 없다. 주민 반대는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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