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 용인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전임상담원

대부분의 대학에는 상담센터라는 부서가 있다. 부서의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역할은 비슷하다. 대학에서의 상담경험. 이는 소속된 학교의 학생으로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서비스다. 서비스는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담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다. 일상을 살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단단히 닫힌 것만 같은 흑백의 문 너머의 보고 싶지 않은 장면에 대한 상상은 그 초조함을 더욱 높인다. 혹은 나는 이제 마음의 창고 하나쯤은 단단히 잘 채워뒀기 때문에 다시 열어볼 필요 따위는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상담은 낯선 사람에게 나의 삶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다. 그때 내 안에서는 언어로도 표현되지 못한 수많은 감정과 힘들었던 장면을 만나게 된다. 10여 년 전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의 나 역시 딱 한 번 상담센터를 찾아본 일이 있다. 마음 속 한 가득 가족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들어선 상담센터. 긴장된 마음에 상담 선생님의 아주 간단한 질문에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멍해졌다. 어떤 말을 해도 정리가 되지 않고, 조리있게 표현도 안 되는 나를 보며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저 주저리주저리 기억이 나지도 않을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는데, 묵묵히 듣기만 하시던 상담 선생님이 별스럽지 않게 내뱉은 딱 한마디가 지금의 내 마음에도 깊이 담겨 있다.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시는군요.”

막연한 답답함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은 조금은 과한 책임감이었다. 대학 4학년의 나는 취업 걱정과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감도 떨어지고 부담만 가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책임감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는 순간, 나는 그동안 나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2년, 많으면 10년의 시간도 대학에서 보내게 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고민의 새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은 현실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사는 머릿속에 그 새들이 견고한 둥지를 틀어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도울 수는 있다.

[대학通] 필자를 위촉합니다. 대학현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 권혁달 대구예술대 학술정보원 팀장
△ 이상수 영남대 국제교류팀 직원

△ 김겸훈 한남대 ㆍ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 정내원 창원대 평가팀장
△ 김영아 용인대 ㆍ전국대학교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 사무국장
△ 김화중 건양대 산학협력단 팀장
△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 부장

△ 김평수 원광보건대학 산학협력처 부단장
△ 이영우 인하공업전문대학 ㆍ전문대학홍보협의회장
△ 구자운 계원예술대학 ㆍ한국전문대학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장
△ 오권석 동강대학 기획팀장
△ 이상락 전주비전대학 국제교류부 팀장

△ 남상규 서울사이버대 대학발전추진단 실장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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