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자 수 3년 연속 감소세…대학생 헌혈자 수 1년 새 18만 명 뚝
혈액원, 헌혈예약제와 비수기 대비 프로그램 운영 등 ‘안간힘’

▲ 대학가 헌혈의 집 근처에 "헌혈을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사진=황성원 기자)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혈액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심지어 헌혈자의 절반 이상인 대학생 참여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은 이를 메우기 위해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늘리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www.bloodinfo.net)에 따르면, 올해 3월 22일 기준 전국 혈액 평균보유상태는 4.9일분이며 O형과 A형은 각각 3.3일분, 4.5일분으로 최소 보유량인 3일분을 간신히 넘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축혈소판의 경우 평균 2.4일분을 보유하고 있어 혈액수급 위기 단계 중 ‘주의단계’에 해당할 정도다. 적정혈액보유량은 하루 평균 5일분 이상이다.

전체 헌혈자 중 20대 헌혈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지만 이마저도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전체 헌혈자 수 287만2156명에서 대학생은 95만5856명, 2016년 264만5181명에서 대학생은 77만3000명으로 1년 사이 전체 헌혈자 수와 더불어 대학생 헌혈자 수가 18만명 정도가 뚝 떨어졌다.

3월이 되며 대학가는 개강을 맞이했지만, 헌혈자 수는 회복될 기미조차 없다. 헌혈의집 한양대점 관계자는 “주위에 학생들은 많은데 헌혈을 위해 센터로 방문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1월부터 2월, 7월부터 8월에 혈액 수급이 가장 어려운데 비수기가 지나도 헌혈자 수가 늘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이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경제적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학생 수 감소”라며 “헌혈자는 10~20대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인구가 감소하니 헌혈자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A형 간염과 조류인플루엔자(AI), 불안했던 시국도 ‘헌혈 관심 부족’을 불러일으킨 이유로 꼽았다.

부족한 혈액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지역 혈액원은 각종 이벤트와 헌혈행사에 힘을 쏟고 있다. 헌혈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헌혈의 집과 헌혈 버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가능한 ‘헌혈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헌혈자가 감소하는 휴가철과 명절 연휴 기간 등에 혈액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시기에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나눔히어로즈’ 제도도 만들었다. 참여 시 감사선물과 전용 모바일카드도 지급된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대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대학엔 ‘동기 부여’를 부탁했다. “대학생들이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헌혈에 동참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공부와 취업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지만, 헌혈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직군이 대학생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며 “헌혈이 몸에 안 좋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학에서는 헌혈에 관한 인식 전환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OX] “우리 학교는 다 같이 헌혈한다”
헌혈 중요성 강조하기보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 참여 유도 필요
관계자들 “동절기·휴가철 혈액수급 안 돼…도움 절실”

대학가 헌혈 한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헌혈에 동참한 사례들도 있다. 지난 16일 제주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는 대학적십자사 선정 ‘올해 헌혈을 가장 많이 한 대학’으로 뽑혔다. 호서대는 헌혈증을 단체기부하기도 하는 등 일부 대학은 헌혈 참여에 열심이다. 이들은 헌혈 독려를 위해선 너도나도 헌혈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호서대는 재학생들이 2년간 기부한 헌혈증 4000매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에 기증했다. 대부분 학생이 적극적으로 헌혈증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박승미 호서대 교수(간호학과)는 “평소 학내에서 헌혈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하는 편”이라며 “학생들이 헌혈의 필요성을 알고 다 같이 헌혈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 기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라고 강조했다.

홍익대 세종캠퍼스는 3년 사이 5500명이 넘는 학생이 헌혈했다. 지난해 이 대학 캠퍼스에는 헌혈 버스가 10번 넘게 다녀갔고, 학교 곳곳엔 헌혈 독려를 위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학생지원처 관계자는 “캠퍼스가 다 같이 헌혈하는 분위기”라며 “환경이 만들어지니 학생들도 두려움 없이 헌혈한다. 어디서나 헌혈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학내 게시판 등을 통해 홍보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학 총학생회와의 협업도 헌혈 독려에 도움이 됐다.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외부인보다 학생들이 주축이 돼 홍보활동을 해와 설득력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제주대에는 대학적십자회(RCY, Red Cross Youth)가 있다. 도내 3개 혈액원과 협업해 3년 동안 6200명이 넘는 재학생이 헌혈에 동참했다. 현준용 제주대 RCY 회장(컴퓨터공학2)은 “지역 혈액원과 협조해 학교에 매주 헌혈 버스가 온다. 동아리원들이 헌혈캐릭터인 ‘나눔이’ 탈을 쓰고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며 “헌혈 행사를 자주하다 보니 학생들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학생회뿐 아니라 단과대별 학생회에서도 SNS와 학과 홈페이지 등으로 헌혈 홍보 활동을 펼쳐 참여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헌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승미 교수는 “겨울철이나 휴가철에는 정말 피가 부족하다. 전국 병원 어디에도 혈액이 없어 환자에게 가족을 데려오라고까지 하기도 한다”며 “특히 소아백혈병의 경우 정말 많은 혈액이 필요하다. 또 대부분 아이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혈이 정말 간절하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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