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형 수능보다는 창의성, 사고력 기를 수 있는 평가 체제 도입해야

공정성, 인식 변화와 함께 대학 노력도 필요

대학은 학생선발에 몰두 말고 잘 가르치는데 초점 맞춰야

▲ 지난해 열렸던 수능시험 고사장 앞. 온 국민의 관심사였던 수능은 획일적 교육이라는 한계와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해졌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입제도가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정권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냈던 대학입시는 다가오는 조기 대선에서도 교육 분야 주요 단골 소재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교육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대입제도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현 대입제도의 문제점 △입시와 대학의 관계 △입시정책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현재 대입제도는 큰 변화 앞에 서있다. 모든 정부가 저마다의 대입 정책을 가져왔던 것처럼 다가온 대선 이후 등장할 새 정부 역시 새로운 대입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대입 제도의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교육계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적 인재 양성의 요구도 거세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정권교체 때 마다 바뀌는 오년지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교육으로 = 대입 전형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대학수학능력(수능)시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전국 804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학입시 자료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전형 1위가 수능이었다. 또, 전체 42.8%는 현행보다 수능 반영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맞춰 일부 대선후보들도 수능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사고력이 억제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94학년도부터 실시된 수능은 애초에 대학 입학의 당락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은 아니었다. 수능 개발을 이끌고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원래 수능은 만들 당시 Pass/Fail 정도로 생각했다”며 “대학이 필요하면 최소한의 보조자료로 쓰게 만들었는데 이게 너무 많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현재 중3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새로운 수능 개편안이 오는 7월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암기식 교육과 과도한 경쟁을 줄이기 위한 ‘절대평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좋은교사운동본부 등은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9등급 절대평가제를 통한 대학입학보장제를 주장하고 있다. 모두 수능의 영향력을 대입 전형에서 축소하자는 것이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획일화된 교육, 정답 맞히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데 있어 수능 절대평가는 첫 시작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쉬운 수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수능 등급제가 실시됐으나 충분히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위권 대학에는 여전히 정원 외 인원이 몰리면서 또 다른 전형인 논술이 늘어났고 사교육 시장도 비례해 증가했다. 또 1등급 최하위 학생과 2등급 최상위 학생을 어떤 기준으로 구별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결국 수능 등급제는 2008학년도 1회만 실시되고 폐지됐다.

이현 소장은 “획기적인 발상들이 주목받지만 결과적으로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며 “입시는 의견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깊이 있게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포스트 수능 시대,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해야 할까 = 수능 중심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다양한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학생부중심전형과 논술형 평가가 꼽힌다.

도입된 지 약 10년이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학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공교육 정상화다. 학생의 생활이 기록되는 학생부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고등학교 교사 4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대입 전형의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 기여 정도 △대입 전형의 바람직한 정도 등에서 학종이 1위를 차지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최승후 정책국장은 “학종 이후 학생들이 교실에서 살아나고 자는 아이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성적 위주가 아닌 학교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이나 토론형 수업에도 적극 참여한다. 판곡고 조만기 교사는 “토론, 프로젝트 학습, 실험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 유형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험으로서의 평가 방법에는 논술형 시험이 거론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본부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과 같이 수능을 논술형으로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암기위주 평가방법보다 사고력을 측정하는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외에도 영국의 에이레벨, 독일의 아비투어, 핀란드의 윌리오플라스툿킨토 등이 사고력 중심으로 대입시험을 치른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세계 주요 대학들이 입학시험으로 신뢰하고 있는 ‘IB(Baccalaureate Organization)'의 시험 문제는 공교육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과 연계해 출제된다. 문제는 ’문학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따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이 공부한 작품들 중 적어도 두 작품을 참조해서 쓰십시오.‘와 같이 출제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나타내는 시험이다.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딱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생각하는 정답을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 충분히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학종과 논술형 평가는 정량 평가인 수능과 달리 정성 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뒤따른다. 지난 2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2만5000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34.7%, 학부모 39.3%, 교사 46.1%가 학종의 문제점으로 공정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공정성의 기준을 점수에 두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도순 교수는 “우리나라 대입제도가 매번 공정성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 그 변별력이 현재로는 숫자적인 변별력”이라며 “수능에서 250점을 맞든 240점을 맞든 그게 무슨 변별력이 있나. 잠재력과 같은 다른 평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공정성이 전문가의 고유한 역량으로 보존된다”며 “경쟁이 극심한 우리나라에서는 공적인 객관성이 중요하다보니 이게 통용이 안 된다”고 말했다.

■ 대학, 문제해결 의지와 인식의 변환 필요 = 신입생 선발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나 대학이 갖고 있는 공공성, 입시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대학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학 입학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불투명성 해소는 대학이 변해야 할 첫 번째 요소로 꼽힌다. 학종이 갖고 있는 긍정적 요소와는 별개로,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조효완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세부적인 평가요소, 평가지표 상세하게 알려주고 공정성 문제를 연구해 학종을 더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입학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교육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기르려는 노력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도순 교수는 “좋은 대학일수록 교양교육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현재처럼 능력 위주로 학생을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학은 학생 선발을 통해 학교의 위치를 분류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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