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직업교육 청사진' 심 '현재 모순 해소' 홍·유 '지원확대 공감대'

▲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자유한구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선 주요 후보들이 전문대학 지원과 발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준은 달랐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나 지원 방안을 제시한 후보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정권을 잡은 뒤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지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원내 5개 정당 대선후보 5명에게 질의서를 발송해 고등교육 발전 방안에 대한 정견을 물었다. 이 가운데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고등직업교육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관련 정책 논의가 없다는 질문에 “전문대학에 대한 투자 진흥”을 강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영형 전문대학 도입과 교육부 내 전문대학 관련 조직 확대를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국내 138개 전문대학 대부분이 사립이다. 매년 학생 20만명이 사립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을 민간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공립 전문대학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공영형 전문대학을 도입하겠다. 사립 전문대학 중 발전가능성이 있고 고등직업교육의 공공성에 적합한 대학이 자발적으로 공영형 전문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영형 대학은 문재인 후보의 핵심 대학공약 중 하나다. 현재 양극화된 고등교육의 혁신을 위해 국립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립대 가운데 대학 공공성 확대와 발전 의지를 갖고 있는 대학에 정부예산을 투입해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해 고등교육 생태계의 ‘중간지대’를 설정하자는 내용이다.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가 대부분의 대입 수요를 감당하는 가운데 정부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들이 독자적인 발전을 모색하도록 자율성을 주는 게 골자다.

공영형 전문대학은 이런 관점에서 ‘중간지대’에 전문대학까지 포괄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영형 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아 시민역량과 직업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정책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대학가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고등전문직업교육정책실과 유사한 제안도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교육부 내 1개 과로만 구성돼 있는 전문대학 관련 조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 내 전문대학 부서의 확대는 전문대학가의 숙원이다. 국내 고등교육 재학생 중 35%가 전문대학에 재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 내에서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1개 과에 불과하다는 점은 구조적으로 전문대학이 홀대 받고 있다는 방증처럼 여겨져 왔다. 문재인 후보 측의 공약은 전문대학을 4년제 일반대학에 편중된 국내 고등교육 생태계에 전문대학을 포함시키고 관련 예산을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셈이다.

여기에 최근 열린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 측 패널로 참여한 오영훈 의원이 한 말을 더해보면 문재인 후보 측이 구상하는 전문대학가의 ‘큰 그림’을 더욱 자세히 유추할 수 있다. 오영훈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고 전문대학에도 많은 예산을 쓸 수 있게 하겠다”며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와의 적극적인 연계로 전문대학의 4~5년 학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전문대학 관련 공약도 학제개편의 기반 위에 설계됐다. 이미 대선후보 출마 전부터 학제 개편을 제안해온 안철수 후보는 학제 개편을 통해 교육연령을 낮추는 것을 기반으로 중등교육(초중고) 단계에서 직업탐색 기회를 늘리고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학을 현재의 수직적인 구조에서 병렬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을 이해하기 위해선 학제개편을 이해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앞서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학제 개편을 제안한 바 있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학제 개편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학 진학 전 12년간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고 있다며 현행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교육체계를 초등 5년, 중등 5년, 직업학교 또는 진로탐색학교 2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학연령 역시 현행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춘다. 이렇게 되면 사회진출 연령도 만18세에서 만17세로 빨라질 전망이다.

직업학교 또는 진로탐색학교 2년은 사실상 일반대 진학과 전문대학 진학 혹은 선취업 후진학을 가르는 결정적인 시기가 된다.

전문대학가에선 이와 유사한 학제 개편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전문대학가의 학제개편 제안 역시 일반대의 하위개념으로 묶여 있는 전문대학의 위상을 일반대와 동등하게 바꾸는 데 비중을 둔다. 이해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지금의 체계는 사실 우수한 학생은 무조건 일반대로 진학하게 해 직업선택의 자유나 진학에 대한 선택권조차 제약하고 있는 것이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학제 개편을 기반으로 안철수 후보는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사업 개선과 법정기준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대학의 기본적인 교육력 향상을 위한 일반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재정지원사업 유인구조를 설계한 뒤 개별 대학의 자율과 책임 하에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전문대학의 부서 확대와 유사한 공약도 내놨다. 대선후보 5명이 모두 찬성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형태의 전문교육위원회 내에 직업교육정책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방안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안철수 후보의 교육공약 내에서 교육정책의 최고 정점에 서 있기 때문에 그 산하 위원회로 설치하게 될 직업교육정책위원회의 위상도 현재 교육부 내 전문대학정책과 수준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가장 뚜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심상정 후보 캠프가 보내온 답변서에 따르면 심상정 후보는 ‘전문대학 재정지원을 늘려 고등직업교육 및 평생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공약을 냈다. 심상정 후보 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핵심역량”과 “급변하는 사회와 일자리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재교육”이 중요하다며 고등직업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은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대학 재정지원의 폭과 대상을 확대하겠다”며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은 2016년 83교 대상 2972억원이 지원됐는데 더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후보의 대학 공약은 공영형 사립대 등 문재인 후보의 공약과 유사하다. 두 정당이 모두 국회 의정활동 동안 대학 관련 정책에서는 유사한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까지 포함하면 3개 정당은 모두 사학비리 척결과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회 활동에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 때문에 세 후보 모두 전문대학가에서 요구하는 전문대학 지원 확대에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세 후보가 모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동시에 교부금의 배분에 있어서도 전문대학의 특징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전문대학 관련 공약은 앞선 후보들에 비해서는 단순하다. 역시 재정지원 확대와 전문대학의 위상 강화를 중점으로 내세웠다.

홍준표 후보 측은 “오늘날 지식기반 사회에서 교육 경쟁력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우리나라 전문대학 94%가 사립으로 비중이 높다. 전문대학이 자율을 바탕으로 규제에서 지원으로 정책을 바꾸고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 측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학벌중심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능력중심사회로의 변화 속도를 높여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창업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되도록 혁신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문대학이 기술창업의 요람이 되고 현장과 연계한 우수한 직업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예산 지원확대, 교육체계 개편 등 필요한 부분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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