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구조 포함해 논의됐던 18대 … "19대엔 고민 부족하다" 비판도

학생들 “반값등록금 실현이 첫 번째 과제 … 공약은 추상적”

[한국대학신문 이재·주현지 기자] 반값등록금이 사라졌다. 18대 대선 당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던 반값등록금이 19대 대선에선 뒷전으로 밀렸다. 주요 정당 후보 5명 모두 등록금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등록금을 인하하겠다는 공약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 했다. 각각 ‘실질적 반값등록금’ ‘표준등록금’ 정책이다. 너도나도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하던 2012년과 비교해보면 분명 온도차가 난다.

실질적인 수혜자인 대학생들도 대선후보 캠프의 등록금 공약에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유지영 청년하다 대학팀장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너무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실질적인 압박과 고충을 절감하는 정책은 아니다. 대학생 입장에서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고지서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준 동덕여대 총학생회장도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킬 정책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청년의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한 반값등록금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등록금은 큰 폭의 변동이 없었다. 사립대 등록금도 제자리걸음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 등록금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년 연간 739만원 수준이었던 사립대 등록금은 2016년 737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립대 등록금도 연간 419만원에서 421만원으로 변화가 없었다.

▲ 2012년~2016년 대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 및 인상률 현황, 대학교육연구소, 2017, 2

이를 두고 평가는 갈린다. 지난해 교육부는 정부의 국가장학금 지원액 3조9000억원과 대학의 자체장학금 3조1000억원을 더해 7조원을 확보했다며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기준으로 둔 것은 2012년 대선 직전인 2011년 대학 등록금 전체규모인 약 14조원이다. 정부투자와 민간투자를 합해 전체 등록금 규모(약 14조원)의 절반(약 7조원)을 충당했으니 ‘반값’이란 주장이다.

매년 등록금통계를 발표하는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2월 대학 등록금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국가장학금제도를 통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려 했던 정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도입 첫 해인 2012년 대학들은 전년에 비해 등록금을 인하해 사립 28만원(3.9%), 국립 21만원(4.7%)를 내렸으나 이후 동결을 거듭했다.

학생·학부모의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가 시민사회단체와 학생단체들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이 전체 재학생의 절반도 안 되는 41.5%에 그쳤다는 점과 액수가 소득분위에 따라 달라져 체감도가 낮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대 논리도 있다. 국가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지원하지 말고 대학에 지원해줘야 실제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등록금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배경에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예산이 고스란히 정부의 대학지원예산에 포함돼 실질적인 대학 지원금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대학 총장들이 주로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며 내놓는 논리다.

교육부의 논리를 제외하면 반값등록금과 국가장학금은 표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높다. 정치적으로 봐도 크게 다른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반값등록금이 2012년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맞지만 다른 복지문제들과 함께 엮이며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에 대한 논란으로 귀결됐다. 여기에 실제 등록금을 내는 학부모를 설득하는 작업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초기부터 나왔다. 결국 반값등록금으로 표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반값등록금 정책을 희석시키는 시도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보다 중요한 지적은 반값등록금 정책의 출발선이 지워졌다는 데 있다. 반값등록금의 진의는 물론 고액 등록금으로 신음하는 청년·대학생의 삶을 구제하는 데 있었지만 그 한 켠에는 사립대 위주의 국내 대학구조를 개편하는 의도도 강했다. 실제 2012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1호 법안으로 반값등록금 법안을 낸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발의했다.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해 이를 대학에 교부함으로써 고지서상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법안이다.

물론 돈만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법안에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립대의 운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립대 법인의 전횡을 억제하는 장치들이 들어 있었다. 반값등록금으로 대학생의 삶을 구제한다는 정치적 구호와 함께 사립대의 공공성을 함께 확보한다는 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민했던 반값등록금의 실체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경영지원본부장은 “반값등록금 정책은 당초 등록금 규모는 낮추면서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는데 장학금으로 대학생만 지원하는 형태가 되니 대학으로서는 수입이 줄고 재정상황이 불안정해지는 악영향만 끼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를 구성할 대통령 후보들에게 더 깊은 고민을 주문하고 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학 교육비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찬성했는데 고민이 깊지 않다. 교부금법 등 대학정책은 현재 사립대에 편중된 고등교육 구조를 어떻게 정상화하고 그 과정에서 서열화 문제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린 뒤 그에 맞는 재정정책을 설계하며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