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26개 대학 중 2개 대학만 ‘노동’교육 개설

“대학생은 예비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한 지식 가르쳐야”

[한국대학신문 구무서·김의진 기자] 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대학에서는 취업교육이 강조되지만 정작 예비취업자들에게 필요한 노동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청년실업률은 2015년 9.2%, 2016년 9.8%, 2017년 1분기 10.8%로 증가 추세에 있다. 증가하는 청년실업률은 노동의욕 상실, 결혼과 출산 지연으로 인한 저출산 문제 악화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 지식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에서는 산업수요에 맞춘 교육으로 청년실업을 줄이고자 취업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사업,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 등 재정지원사업과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취업률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통해 대학이 취업교육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학 역시 이러한 기조 속에 일학습병행제(IPP) 등과 같은 현장실습을 강화하고 서류 작성, 면접 컨설팅등의 교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취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취업교육은 강화되는 데 반해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지키는 데 필요한 노동 관련 교육은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가 서울 내 29개 대학을 대상으로 2017학년도 1학기 기준 개설된 노동법 관련 교과목을 조사한 결과 일반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교양수업에 노동법 관련 교과목이 개설된 대학은 서울시립대와 중앙대 두 곳뿐이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법과대학 내 노동법 과목을 전공 선택으로 개설해 놓은 상태다. 대학마다 '노동경제학'이라는 이름의 교과목이 개설돼 있으나 주로 경제이론, 노동계 쟁점, 사회적 현상을 다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법 강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취업을 전담하는 취업지원센터에서는 취업 관련 컨설팅만 진행할 뿐 노동법 교육은 실시하지 않는다.

노동법 교육은 근로시간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방법, 임금을 계약에 못 미치게 받거나 체불했을 경우 대처 방법,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적 보호 등의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다수의 대학생들이 직장에 취업하는 노동자가 되고, 학생 신분일 때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노동 현장에 뛰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에게 노동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은 "아르바이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조차 몰랐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도 법학전공 학생만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 노동법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과대학에서 노동법을 가르치고 있는 서울 한 대학 교수는 "내 밥그릇 챙기는 것처럼 비칠까봐 조심스럽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비노동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며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전공 학생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교원과 강의실 확충 등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하면 당장 교양과목으로 전면 확대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양과목으로 '노동법의 이해' 수업을 개설하고 운영을 총괄하는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는 "교원이나 강의실 확보 등을 고려해볼 때 현실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제까지 대학은 공부하고 일하는 법만 가르쳤을 뿐 어떤 권리가 있는지, 불이익을 당했을 때 대처 방법이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법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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