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문재인 후보 TV토론회 "동성애 반대" 발언에 항의한 활동가 1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QUV는 이날 7시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연행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대학생 및 성소수자, 인권 관련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이다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이하은·이다희·김정현 기자] 문재인 후보의 25일 TV토론회 “동성애 반대” 발언은 대학가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후보가 뒤늦게 해명을 내놓았으나 대학가는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연대성명과 집회가 잇따랐다. 

앞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5일 저녁 JTBC 대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묻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QUV) 등의 성소수자 연대체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은 26일 문재인 후보의 기자회견에 나타나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소수자도 사람이다. 문재인 후보는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날 QUV 회원 등 2명의 대학생을 포함 13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당일 저녁 9시경 모두 풀려났다.

홍준표 후보의 질문은 지난 13일 군인권센터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형사처벌을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된 군의 기획성 수사 논란과 맥을 같이한다. 군인권센터는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이 올해 초부터 약 50명의 군인을 대상으로 기획 수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반인권적 언행과 협박, 회유 등을 했다는 복수의 증언을 공개했다. 

고려대, 서강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 대학생들은 즉각 “국가 권력이 불법을 자행했다”는 취지의 규탄 성명을 내놓았다. 연세대 중앙동아리연합회와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도 2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의 이번 수사가 “기획성 수사이며 반인권적”이라 비판했다. 

신영록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대학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성소수자 인권 침해는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군대와 뗄 수 없는 관계인 20대의 우리에게 그는 선배이고 후배이자 동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안타깝다는 말 한 마디로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우리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준규 육참총장의 '동성애 군인 수사 지시' 논란에 고려대, 서강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 대학생들은 연대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 24일 연세대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영록 연세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이 육군 동성애자 색출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이하은 기자)

한편 문재인 후보는 27일 “성소수자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명확하며, 찬성하고 반대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씀 드린 것이다. 군대는 동성들 간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가 허용되면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좀 더 공론을 만들고 사회적 논의를 높여나가야 갈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와 이들에 연대하는 학내 움직임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QUV 등 89개 단체는 27일 11시 반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누구도 특정 집단의 시민권을 부정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홍준표, 문재인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선관위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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