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오 본지 논설위원/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쇄국정책(鎖國政策)은 그 시대에 있을 수도 있는 정책적 판단이었다. 대원군 이하응은 중국이 아편전쟁과 태평천국 봉기 또는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북경 침공 등으로 나라가 위태롭게 된 것은 문호를 개방한 것 때문이라 믿었다. 이 때문에 조선왕조를 수호하는 방법은 국내 인민에 대한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지내던 조선은 모든 주권을 빼앗기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이와 관련된 다른 부처와의 공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법무부에서는 유학생의 시간제취업(이후 아르바이트) 허가에 대한 개선 방안을 묻는 공문을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으로 전달했다. 토픽(한국어능력시험)3급을 취득해야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문에서는 미국과 영국을 예로 들고 있는데 한국과는 상황이 너무 다른 국가라 할 수 있다. 일단 영어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학습하며 유학을 가기 전 최소 몇 년간은 영어를 공부한 상태에서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한글 자모도 모르는 상태에서 유학을 결심하고 간단한 한국어만 배우고 한국으로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한국에 와서 토픽 3급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경제적 능력이 있거나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유학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유학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이다. 이 기간 동안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게 만든다면 유학생 20만 명 시대는 고사하고 조만간 국내 유학생 수가 5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대사관에서 비자 심사를 하는 부분도 문제가 심각하다. 유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비자 심사를 위한 인터뷰에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신청자가 많다면 그에 맞게 인력을 보강해야 하나 인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단순히 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고 있다. 불법체류율 1% 미만인 대학은 비자발급이 간소화돼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베트남 등에서는 이런 대학의 입학허가서를 받아 주고 비싼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한 학생들은 한국에 가서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학업을 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비자 행정처리의 효율화를 통해 이런 부작용을 없애야만 유학생이 한국으로 오는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줄고 있고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돼야 할 젊은 층의 부족현상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에 대한 일자리 제공에는 매우 인색한 것이 우리나라이다. 청년취업에 대한 해결책은 남발되고 있으나 막상 산업현장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한 대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가진 유학생들에게 영주권을 주면서 자국에서 일자리를 제공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전의 쇄국정책을 펴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개방에 매우 폐쇄적이다. 뿌리산업과 같은 3D 업종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분야의 한국 기업에 능력 있는 일손의 제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종 법률이나 제도는 이를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다. 어찌 보면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고 유학생에 대한 노동시장 개방에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할 시점이다. 유학생에게 닫혀있는 문을 열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취업처를 제공하는 것만이 서로 공생하는 길일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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