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강화는 ‘중장기 과제’ … “구체적 공약보다 의지가 중요”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문대학가의 바람과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전문대학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실각하면서 오히려 누적된 대학문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대학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대학의 위상강화와 정부의 예산지원 확대, 정부 내 전문대학 관련 부서의 강화에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했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전문대학에 다니는 학생 수는 국내 대학생의 35%에 달하지만 정부 고등교육예산 가운데 전문대학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국가장학금 예산을 제외한 수치다.

유력한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교부금제도다. 이 제도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예산으로 투입하는 내용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돼 시도교육청에 지방교육예산을 교부하는 것과 같은 형태다.

전문대학가에서는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직업교육을 위한 발전예산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가운데 직업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전문대학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영수 전주비전대학 총장은 “대학 지원예산 중 전문대학에 지원되는 예산의 비중이 턱없이 낮다. 이를 제대로 확보해줘야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육성의지가 실제적으로 드러난다. 교부금제도를 도입해 전문대학에 지원기금을 대폭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새 정부가 이런 점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 전문대학 관련 부서의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등직업교육정책실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대선을 맞아 발표한 4대 의제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고등직업교육정책실 도입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어 전문대학의 기대가 크다.

최용섭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장(광주보건대학 교수)은 “고등직업교육정책실 설치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캠프에서도 진지하게 검토됐던 것으로 안다. 교육부의 사무가 조정되면서 충분히 반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업교육을 정부가 실질적인 차원에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문대학 위상강화에 대해선 어려움이 남아있다. 전문대학가에서 요구하는 전문대학 위상강화는 4년제 일반대학을 학문중심의 체제로 유지하고 대학의 낮은 사회적 위상을 강화해 직업교육의 완성체계를 갖추자는 데 있다. 이와 유사한 공약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주장했던 학제개편안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한 캠프 관계자는 “위상강화의 당위성은 이해하지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도 필요하고 당장 4년제 일반대학의 저항도 예상되는 지점이다. 교부금 예산을 우선적으로 전문대학에 반영하고 조직개편을 해서 중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전문대학 관련된 공약 부실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인천재능대학 총장)은 “구체적인 공약에 대해선 크게 평가할 부분이 없다. 공약의 유무를 떠나서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면 바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전문대교협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대토론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교육개혁에 대해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실질적인 교육을 강화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가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직업교육 강화에 대한 요구는 전문대학만의 요구가 아니다. 시대가 원하는 흐름이다. 거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지를 갖고 이어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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