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출마...학생 대상 정책설명회 가져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이화여대 총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총장 후보들은 지난 미래라이프부터 제기된 불통 논란으로 사퇴까지 간 전 총장 사례를 의식한 듯 입을 모아 소통 강화의 뜻을 내비쳤다.

12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학생 대상으로 열린 ‘2차 정책 토론회’에는 김혜숙 (철학), 강혜련 (경영), 이공주 (약학), 김경민 (경영), 김성진 (화학·나노과학), 최원자 (생명과학), 김은미 (국제), 이향숙 교수(수학) 등 8명의 후보자들이 참석했다(기호 번호 순서). 이들은 △총장 선출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재정 △전임교원 수 △성적 평가 △공간문제 △엄마 원생에 대한 지원 △대학원생 권리장전 △일반대학원 학생회 학칙 직제 등 10가지의 공통 질의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총장 후보들은 “학교가 격랑에 휩싸였을 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며 학생들을 위한 총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등록금 부담에 공감하면서도 방법에 있어서는 각자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전임교원 충원에 대해서도 적은 수가 아니라는 의견부터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의견까지 나뉘었다. 성적평가 방법에서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공감했으나 후보마다 제시한 대안은 제각각이었다. 

총장 후보들은 모두 등록금과 입학금, 장학금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김혜숙 교수는 학교 재정의 투명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과 의논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언급해 등록금 협상 여지를 남겼다. 김성진 교수도 학교 예산 중 등록금의 비율을 줄여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은 등록금 인하에 부정적이었다.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학교 적자가 심각하고 다른 대학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낮은 편이란 이유에서였다. 다만 장학금 확대로 학생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공주 교수는 장학금 대폭 확충, 이향숙 교수는 1000억원 수준으로 장학금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원자 교수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신, 기업으로부터 장학금을 모금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경민 교수는 추가적 재원 확보 또는 분배구조 재고로 해결 가능하다고 봤다. 김은미 교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고 성적 장학금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후보들은 전임교원 수를 확충하겠단 뜻을 밝혔지만, 재정적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다. 김혜숙 교수는 “적극 검토하겠다”며 법정 전임교수 수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에 대해선 재정 지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혜련 교수는 재정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허락하는 한 우수 교원 확보를 우선적 정책방향으로 설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공주 교수도 “전임교원 확보율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교육과정 위원회’등에서 강의의 수요와 공급 불일치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교수 역시 “명문사립대들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원자 교수는 “과목의 특수성을 살려 차별적으로 교원을 확충해 재정문제와 교육의 질적 수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미 교수 역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학문에 대한 충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향숙 교수는 “전임교원 확보율이 100%이상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후보자 모금 및 수익용 자산 확보로 재정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진 교수는 “대학공시자료에서 계산한 교원충원율은 정교하지 못한 지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보였다.

현행 상대평가 성적 시스템에 대해선 후보들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간의 입장차는 있었으나 절대평가 도입 혹은 PASS/FAIL 과목 확대를 밝혔다. 

이번 총장 선거가 미래라이프 논란부터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로 인한 최경희 전 총장 사퇴로 치르는 것인 만큼 후보들은 ‘소통’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김혜숙 교수는 익명식 청원제·상향식 평가제 도입과 ‘학생인권센터’ 설치, 강혜련 교수는 총장과의 소통 정례화, 이공주 교수는 ‘이화미래어젠다위원회’ ‘열린위원회’ 설치, 김경민 교수는 본부 위원회에 학생 대표 참여 추진을 공약했다. 또 김성진 교수는 채플 시간에 총장 정책 설명회, 최원자 교수는 작년 사태를 알리는 ‘이화백서’출간 및 거버넌스 TF 구성, 김은미 교수는 중요사항 온라인 투표 결정, 이향숙 교수는 의사소통 플랫폼 도입 등을 약속했다.

한편, 토론회에선 지난 번 토론회 때 언급된 김활란 동상 철거 요구도 나왔다. 김활란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며 여성학자이자 친일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 학생은 “우리 학교가 친일 학교라는 비판을 받는 원인이다”며 “학생들이 끊임없이 철거 요구를 했지만 학교가 듣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3차 정책 토론회는 직원 대상으로 열리며 오는 15일 이삼봉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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