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한 학생이 있었다. 2016년 2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필자를 찾아왔다.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려면 조선회사 취업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최근에 국내 조선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취업의 길이 막혀버린 상황이었다.

상담과정을 통해 대학원에서 세부 전공했던 내용의 활용 가능한 분야를 찾아봤다. 필자는 최근 배터리산업 분야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고 상담 학생이 갖고 있는 역량을 어필할 수 있으리란 판단하에 배터리 설계 분야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조언했다. 다행히 상담 학생도 관심을 가져줬고 직무 목표를 수정해 취업에 성공했다.

상담 학생이 자신의 전공 공부에 몰입하는 것의 백분의 일 정도의 노력을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썼다면 자신의 진로 방향을 빨리 수정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졸업 후 공백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기업에서의 선호도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구직기간이 길어짐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취업 목표 설정에서 Plan B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Plan B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취업 환경의 변화는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 증가 등 자칫 장기백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조선업 분야는 올해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 빅3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조선업의 수주전망도 좋지 않다.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신규 채용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경제상황의 변화, 주력산업의 상황, 관심 기업의 실적 변화 추이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의 고속 성장 시기에는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됐다. 기업들은 매년 성장을 했고 신규 채용은 비슷하거나 증가했지 줄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내 경제상황의 변화가 가파르고 변화가 많은 시기에는 작년 1000명 채용했다고 올해도 그 정도 규모의 채용이 이뤄지리란 보장이 없다.

은행산업도 2015년 하반기 6대 시중은행의 전체 채용 규모가 1600명 정도였지만 2016년 하반기는 1000명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다. 저금리 구조의 장기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권의 증가 등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채용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은행만 바라보고 취업을 준비했던 학생들은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경제구조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 산업 재편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잘못된 판단으로 취업 재수, 삼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책 경제연구소, 대기업 계열 민간연구소에서는 매년 11월이면 다음연도 국내 및 세계 경제 전망과 관련된 자료를 발표한다. 다양한 산업에 대한 분석 자료도 공개된다. 이러한 자료들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지원하려는 산업 분야의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관산업이나 관련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유사 직무로 Plan B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신문의 경제면은 꼼꼼히 읽어봐서 자신이 관심 있는 기업의 사업 전망과 신규 투자계획, 산업현황 및 전망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취업준비에서 전공 공부만 열심히 하고 스펙만 쌓는다고 취업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경제상황과 주력 산업의 변화 흐름을 파악해서 신규 채용이 많이 이뤄지고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어디인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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