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바람…금융인 10명 중 8명 컴퓨터가 ‘인력 대체’
경영학도들 취업 힘들까 ‘전전긍긍’…학교들 커리큘럼 변화 주력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부모님께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최고라고 은행원이 되길 바라셔서 경영학과에 들어왔다. 그런데 금융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솔직히 많이 불안하다. 경영학과 나오면 무난하게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된 것 같다. 지금은 컴퓨터공학이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과로 전과도 고민 중이다.” (수도권 사립대 경영학과 2학년 A씨)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특히 금융산업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금융업 관련 선호도가 높은 상경계열 전공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전통 경영학 이론에 IT 기술 등을 접목한 교과목을 신설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추세다.

지난 4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한국직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으로 인간노동이 컴퓨터로 대체될 위험이 큰 고위험 직업군으로 ‘금융산업’ 분야가 지목됐다. 2015년 기준 금융산업 전체 취업자 중 78.9%가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산업에는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Fintech)가 도입되며 온라인·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 데이터 분석과 리스크 관리, 회계 업무 등을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처리하며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국내 영업점의 상당수를 축소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해 기술로 일자리를 메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직능원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 같은 기술이 도입되며 기업들은 경영적 이득을 위해 기존 재직자의 고용 조정을 하기보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 분야에서 가장 신규 채용이 많았던 상경계열 전공자 채용이 2008년 5124명에서 2014년 3751명으로 감소하며 1400여 명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금융산업 4년제 대졸 신규 취업자는 동일기간 1만4644명에서 9335명으로 급감했고, 전문대졸 신규 취업자는 동일 기간 6935명에서 2068명으로 70%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전공 학생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김씨는 “우리 학교 경영학과는 취업사관학교 같은 분위기였는데 최근 관련 분야 채용 인원이 줄면서 꽤 오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이(금융경제4)씨는 “펀드매니저가 꿈이었는데 최근 인공지능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얼마나 전망이 있을까 고민”이라며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한국대학신문 DB)

대학들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이론 위주로 구성돼 있던 경영학 커리큘럼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이론에 접목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상경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서대 경영학부는 지난해 8월 보이스 프로그램 (VOICE; Virtual Office Ideation Creation Evolution)을 도입했다. 전통적인 경영학 과목에 빅데이터와 3D 프린팅 수업 등을 접목해 IT 기술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마련했다. 또 △IT와 금융 △정보화 전략 △콘텐츠와 경영 △콘텐츠 마케팅론 등을 신설해 고전적 금융기법과 이론교육과 더불어 정보기술교육 강화에 나섰다.

류성경 동서대 경영학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과거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교과목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도입이 활성화되며 IT와 ICT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왔다. 동서대는 올해 2학기부터 신설과목의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현재 학생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경영학과도 학생의 정보활용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경영 데이터 분석 △경영학 캡스톤디자인 과목 등을 도입했다. 부산대 역시 △경영컨설팅 캡스톤디자인 △인터넷 마케팅 △고객관계 관리와 정보기술 등을 개설해 학생이 IT 기술을 이해하고 금융업에 접목할 수 있는 교육에 힘쓸 방침이다.

한국직능원의 한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이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맞춰 대학은 인력양성 체계를 혁신해 나가야 한다”며 “학생이 최소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알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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