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팀, 정밀화된 빛 집게 홀로그래피 기술 개발

▲ 왼쪽부터 KAIST 연구팀의 1저자 김규현 박사, 박용근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형체가 없는 빛으로 형체가 복잡한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을 상상해 봤는가. KAIST 연구팀이 빛 집게를 정밀화해 형태가 복잡한 세포를 집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신성철)은 25일 이 대학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복잡한 3차원 물체를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빛 집게 홀로그래피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빛은 파동과 입자 두 성질을 갖는다. 때문에 빛은 힘을 가지며, 이를 광압이라 부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을 보면 태양 돛을 달고 여행하는 우주선이 나오는데, 광압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천문학자 케플러도 17세기 혜성에 생기는 꼬리가 항성에서 나오는 빛의 힘을 받아 생긴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광압을 이용한 광학 집게는 1970년대 미국 벨 연구소의 아서 아쉬킨이 처음 개발했다. 빛도 힘을 가지며,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레이저 빛을 초점에 모으면 그 지점을 향해 빛의 운동량이 집중되게 된다. 

만약 초점에 물체가 위치해 있다면 그 물체에 힘이 집중되게 된다. 겉보기에는 광초점이 마치 자석처럼 물체를 끌어당기는 것으로 보여진다. 초점의 위치를 옮기거나, 힘을 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광학 집게는 물리학 및 광학 분야에서 그 범용성이 인정돼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기술은 구형 물체만 집어낼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빛을 초점에 모을 때 초점의 모양과 비슷한 물체에만 광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빛을 쏘아 보내는 방식을 바꾸고자 했다. 빛을 샘플의 모양과 최대한 비슷한 형태로 샘플을 향해 쏘면 샘플의 전자기적 에너지가 최소화된다. 모든 물질은 스스로의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연구팀은 병원 CT에 활용되는 기술을 접목시켜 실시간으로 3차원 물체의 모양에 맞게 레이저 빛을 조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3차원 능동 광 제어 기술의 모식도.(사진=KAIST 제공)

관건은 물체의 3차원 영상을 측정하는 방법이었다. 연구팀은 병원의 CT 촬영 원리와 비슷한 ‘광 회절 단층촬영법’을 이용해 3차원 물체를 실시간으로 고속 측정했다. 물체가 변형되면 레이져 빛의 모양도 따라서 변형시킨다. 이를 통해 복잡한 형태를 가진 물체를 집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양으로 물체의 형태도 변형시킬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실제로 적혈구 세포를 안정적으로 집어 원하는 각도로 회전시키고, 기역자 형태로 접고 두 세포를 조립시켜 보였다. 모두 종래의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렵던 것들이다.

1저자인 박용근 KAIST 교수 연구팀의 김규현 박사는 “복잡한 형상을 가진 물체의 모양, 특성 등 사전 정보를 몰라도 물체의 운동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빛의 모양을 샘플 형태로 구성하는 데 2초면 되며, 10밀리초 안에 3차원 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연구팀은 새로운 빛 집게를 이용해 인체의 적혈구 세포와 대장암 세포와 같은 3차원 형태의 세포에 힘을 가해 구부리고, 모양을 변형시키는 데 성공했다. 복잡한 형태의 생명 세포들의 3차원 운동 및 모양 제어 결과.(사진=KAIST 제공)

연구팀은 세포가 힘을 받을 때 생리학적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세포 수준에서의 수술 작업을 제어하고 실시간 촬영, 예후 등을 모니터링 하는 데 이용할 수 있어 의생명 분야에 기여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현 박사는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만큼의 변형을 가하면서 시료의 생물물리학적 특성을 알아내고 싶다. 복잡한 물체의 생체 내 움직임도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연성물질 물리학 연구, 부유 물질 및 나노 물체 조립 등의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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