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전공선택 기회를 넓히고 학문간 공동연구와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등의 취지로 지난 95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학부제는 현재 전국 70개 대학, 2백17개 단과대에서 실시되고 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학부제가 우리나라 대학의 보편적인 학사운영체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학부제 운영에 따른 대학가의 진통이 끊이지 않아 이 제도가 적잖은 모순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부제가 파행을 겪는 직접적인 이유는 각 대학들이 학내 여론수렴을 통해 자체실정에 맞 는 학부제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문간의 불균형 심화다. 이른바 인기학과 에 학생들이 대거 몰림에 따라 비인기학과는 설자리를 잃게 되고 대학 차원에서도 학교시설 과 교수인력의 합리적 배분과 효율적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또 학부제는 교수들간의 전공이기주의를 더욱 부추겨 교육과정이 불합리하게 짜여지는 결 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밖에 학과단위의 개념이 사라짐에 따라 교수와 학생 선후배간에 연대의식이 사라질 수있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반면 학부제의 장점으로 유사과목이 통폐합됨에 따라 학문간 공동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 다는 점이 강조되나 우리나라와 같이 전공학과가 과다하게 세분화되어 있고 학문간 상호교류가 원활하지 못한 풍토에서 제대로 구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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