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순천향대 일반대학원 경영학 교수(창업지원단장)

서울 동작구 한강변에 있는 노량진이 요사이 난리가 났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이 아니라 20대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몰려드는 현대판 ‘가나안 땅’이 됐기 때문이다. 

각종 자격증과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 몰리면서 전국에서 공무원과 각종 자격증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몰리는 곳으로 대한민국에서 청년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됐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요식업에 각종 서비스업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신천지로 변했다고 한다. 수험생들의 바쁜 수험생활에 맞추어진 ‘컵밥’이 유래한 곳으로 음식점, 노래방, 술집, 숙소 전부가 수험생의 편리성과 합격에 맞춰 설계됐다. 서울 홍대거리가 연인들이 몰리는 ‘낭만의 거리’라면 노량진은 그야말로 ‘시험의 거리’ ‘고뇌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극적으로 대비되는 서울의 두 모습이고 우리 청년들의 두 얼굴이다.

원래 인천에서 오가던 배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노들나루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노량진은 수산시장으로 유명한 곳이고 사육신묘가 있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난과 벤처붐 이후 청년들의 취업난이 본격화되면서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각종 공무원 학원이 몰리면서 자생적으로 젊은이들이 몰리게 됐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사법고시 폐지 발표 이후 서울대가 있는 신림동 고시촌의 사법고시 준비생이 이동하면서 명실상부한 공무원 시험의 메카로 변신했다.

이러한 노량진이 최근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또 한 번의 폭발을 한다. 바로 새 정부의 ‘공공 일자리 81만개 신설’ 공약 때문이다. 새 정부는 선거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노량진 학원가를 방문해 수험생에게 직접 공약까지 발표하며 힘내라고 격려까지 했다. 많은 청년 수험생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이 됐다. 새 정부 출범이후 최근 노량진 학원가는 더 많은 청년과 수험생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최대의 과열 특수를 맞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미래 희망과 합격의 영광보다는 씁쓸함과 우려가 앞선다. 오죽하면 컵밥과 쪽방 생활, 고가의 학원비를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모여서 이 난리인가 하는 측은지심이 그 하나이다. 더구나 몇 년을 고생해도 시험 합격률은 극히 낮다. 통계에 의하면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1.8% 정도다. 응시생이 워낙 많다 보니 98%의 수험생은 불합격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공무원 시험이 젊은이들의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바다이다. 

두 번째는 나라 걱정이다. 미래 이 나라를 먹여 살려야 할 청년들이 공무원만 하려고 이렇게 몰리면 농사는 누가 짓고 산업은 누가 일으키고 세계 시장으로는 누가 나가느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 정부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는 곳으로 청년들을 안내하기보다는 세금으로 월급 주는 공공 일자리로 청년들을 모는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을 교육시키고 진로를 개척해야 할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이다.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최우선의 과제로 걸고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획기적인 취업률 제고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느낀다.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자인 기업과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책 없이 노량진으로 몰리는 청년들에게 가슴 뛰는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는 청년정책을 주문한다. 공부 잘 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노량진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열정과 무기로 창업이나 글로벌 진출 프로젝트로 몰리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들도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생의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노량진 학원강사에게 매달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캠퍼스 안에서 꿈을 그리고 펼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을 만들어야 한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에게 제발 공무원이 안정되고 출세한다는 과거식 자기식 인생관을 폐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놔주길 주문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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