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미래 낙관적…문화와 접목한 언어교육으로 나가야

고교-대학 외국어 연계교육…다중언어‧다중문화 교육 절실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 앞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학문은 인문 계열 중에서도 외국어 학과다. 실용학문 위주로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재편되면서 지방대학 중심으로 외국어학과 통폐합은 가속화됐다. 남아있는 외국어 학과도 본질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은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 결코 무시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에 발표한 2016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지난해 산업인력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679명이던 해외 취업자 수는 2년 만에 4811명으로 늘어났고, 기업들 역시 너도나도 해외 진출로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교육 단계에서 외국어 교육은 증가하는 외국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견해다. 수능과목에서 제2외국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어 교육의 위기감에 한몫 했다. 유신고 중국어 교사인 임승규씨는 “당장 7월 말에 발표되는 수능 개편안에 제2외국어는 현재 3단위 교육을 2단위로 줄이자고 한다. 이 정도의 교육 과정만으로 외국어 교육은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학교에서도 선택과목으로 생활외국어를 들을 수 있지만 생활외국어를 개설한 학교의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18%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는 다른 과목에 밀리거나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해지기 쉬워, 대학 진학 후 심화된 언어 및 문화 교육으로 이어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외국어대학인 한국외대에서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9일 개최된 제2외국어 정상화 추진연합(정추련)의 토론회에 참석한 외국어 교육학자들은 대부분 미래 경쟁력을 위해 다양한 외국어 교육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9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제2외국어 정상화 추진연합(정추련)의 토론회에서 강연자가 발제를 하고 있다.

권오현 서울대(독일어교육) 교수는 앞으로 외국어를 기능적으로 습득하기보다는 언어와 문화적 요소의 결합이 중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다고 해도 외국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역할과 무게의 축이 넘어갈 가능성은 있다”면서 “현재 문화적 요소와 결합한 제2외국어 문화 연구가 늘고 있다. 독일어 연구 분야에서도 ‘상호문화’가 핵심 키워드가 된 것처럼, ‘상호문화 간 소통’이라든지 문화와 융합된 학문영역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형 단국대(일어일문) 교수도 “외국어는 국가 생존 전략”이라며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다중언어 전략이 포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로 나가 우리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상대 문화를 알아야 한다. 대중음악(K-POP)이나 한국 음식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면서 “‘한국발 다언어주의’를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어 교육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영어 위주의 현행 교육 체제를 개편하고, 고교-대학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희재 한국외대(프랑스어교육) 교수는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 자체가 영어 위주로 편중돼 있다. 2014년 코트라(KOTRA) 국감 자료를 보면 현지어 구사능력이 60%에 그친다”면서 “프랑스는 95%이상 영어를 선택해 왔지만 최근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 외 제1외국어를 선택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현 교수는 “고교-대학 연계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대안으로 중․고등학교에서는 외국어를 초급 수준까지 배우고, 대학에서 해당 언어를 심화 학습하거나 국제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잇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권 교수는 “제2외국어 교육의 고교-대학 연계체계가 도입되면 더 효과적인 외국어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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