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시행령 등 정부 결정으로 도입할 수 있는 비리 근절대책도 많아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우선 ‘악한 고리’인 사학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사학비리대학들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도 벌써부터 사학비리재단의 연명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본지는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꼽히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현재 상황과 중장기적 대책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上. 사학분쟁조정위원회 10년, 만신창이 상지대와 개선방안은
中. 사학비리 근절, 법개정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은
下. 사학비리 근절 중장기 대책, 해법은 입법이다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사립대의 비리근절은 해묵은 과제다. 지난 정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의존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학가에선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을 강조한 만큼 법률개정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근본적 대책은 아니더라도 단기처방을 속도감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 반복되는 비리 끊기 위해 감사 강화 필요= 대표적인 게 감사다.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사립대 감사는 정부의 행정규칙 변경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비리당사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지도감독 강화, 대학 구성원의 감시 견제기능 강화 등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교육부 감사규정을 고용노동부 감사규정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16년 발간한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10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감사규정은 위법부당유형별 처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비위의 유형과 정도, 과실여부를 기준으로 감봉과 정직, 해임, 파면 등 조치가 이뤄진다. 그러나 교육부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징계한다’는 식으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립대 종합감사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감사규정에 따르면 국공립대는 3년 주기로 감사를 받지만 사립대는 필요한 경우 감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돼있다. 부정기적이다. 교육부는 그간 연간 5곳을 추첨해 감사를 실시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교육부가 감사한 사립대 수는 69회에 불과했다. 전체 사립대 중 80% 이상은 감사를 받지 않았다. 대규모 사립대는 개교 이래 단 한 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은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감사가 필수라고 말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감사 부실이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라며 “종합감사 정례화가 필요하다. 지금 교육부 인력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인력 확대 등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을 고치려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빠르다. 그러나 사학법을 개정하려면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여권에 팽배한 상황에서 여의치 않은 주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서 대처할 수 있는 규정은 서둘러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 투명성 강화 통해 학내 구성원 참여 높여야= ‘투명성 강화’도 마찬가지다. 앞서도 이사회 회의록 공개 요구는 끊임없이 있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2016년 교육용기본재산 증감 내역을 이사회 의결 없이 비공개했다. 세종대의 경우 회의 목록을 삭제해 비공개 정보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공공기관은 이사회 회의록을 비공개할 경우에는 항목별로 비공개 기간을 설정하고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재검토해 즉시 공시해야 한다. 2016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서는 “사립학교법시행령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 부속명세서가 잘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재정 운용을 알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부속명세서란 △대차대조표 △운영계산서 △예산 부속서류 및 명세서 등으로 구분한다. 현금 및 예·적금 명세서 및 각종 회의록 등이 해당된다. 2016년 기준 서울 소재 33개 대학 중 부속병원회계를 공개한 곳은 단 2곳뿐이었다. 학교기업회계나 산학협력회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부속명세서 공개를 의무화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규칙 개정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단 뜻이다. 

대학 차원에서 고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등록금 책정의 경우 대학이 일방적으로 책정하면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이 반복돼 왔다. 2016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학생위원 추천 현황을 보면 대학 243곳 중 73곳(30%)만 ‘총장이 위촉 또는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생위원 위촉 및 임명 관련 규정이 없는 대학도 41곳(16.9%)이나 됐다. 학생위원의 경우 대학의 일방적 등록금 책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구성원이다.

등록금심의위원회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화여대의 경우 김혜숙 총장은 “학생들의 요구를 듣고 충족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학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해 등심위 위원을 추천할 수 있단 점에서 시행령 개정보다도 쉽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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