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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심층대담]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지난해 어려움 딛고 새로운 변화 모색해야 할 때”“이대만의 경쟁력 고유 모델 추구....4차 산업혁명 시대 맞는 여성 인재 키울 것"
이하은 기자  |  truth0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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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2  1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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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텍공대와 마곡병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실험”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정유라 사태’에서 이화여대가 보여준 의사소통 방식은 의미가 크다. 학생들은 본관 점거 당시 단 한 번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오랫동안 인내하는 과정을 거쳤다. 누구나 참여하고 얘기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 민주주의 사회의 좋은 모델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사업과 ‘정유라 특혜 의혹’ 논란으로 극심한 홍역을 치렀다. 1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이 불명예 퇴진을 했고 관련 교수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이화여대는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민주적 시위를 이어가며 촛불 시민혁명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 또 이화여대 역사 최초로 전 구성원이 참여한 직선제 총장이 탄생했다.

총장에 취임한 지 한 달. 김혜숙 총장은 여전히 대학에 남아있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험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 대한민국 역사상 ‘전(全) 구성원 직선제’로 뽑힌 첫 총장이 됐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이화-루스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한 인도 교수가 ‘I‘d never heard about it’라고 말했다. 세계에서도 구성원이 총장을 뽑는 일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총장 직선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다. 1990년 교수 직선제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 교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는 이화여대 역사상 처음이다. 신임 총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구성원의 뜻이 무엇일까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이화여대가 지난해 어려운 일을 겪었다. 이제는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 이화여대 131년 역사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해 본다면.

“핵심 개념은 자유였다. 궁극적으로 여성 자유를 위한 여정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결국 자유 신장인데 이화의 역사는 여성 자유를 위한 것이다. 근데 자유를 향한 길이 여러 통로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지적인 교육 계몽을 지향했다고 본다.”

-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 향상 역사를 보면 초기에는 현모양처, 그다음에는 슈퍼우먼, 양성평등을 거쳐 이제는 여성우위라고 말한다.

“시대마다 여성 역할이 규정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모양처를 추구했던 당시 배경이나 여러 경제적 상황에 비춰봤을 때 그 시대의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농경·산업·포스트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인간과 여성의 역할이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있지 않나. 1인가족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여성이 머물러야 했던 공간이 없어지면서 자기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게 됐다. 시대적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우위 사회는 아니다. TV에서 주요 회의나 정치 상황을 보면 다 남자다. 내가 여성이라서 민감하게 다가온다. ‘저기에 여자는 또 없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단지 예전보다 상당히 많은 자유가 생겼다. 예전에 몰랐던 여성의 힘이 무엇인지 볼 수 있게 됐다. 여성 포용력이나 메르켈 독일 총리가 보여주는 리더십 등이 그렇다. 여성적 자질이 개화되도록 노력하는 게 이화여대의 역할이다.”

- 기독교 대학으로 채플을 하고 있다. 자유, 기독교 정신 등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계획이 있나.

“채플을 확대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채플은 동문이나 졸업생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동창에게 다 열어놓되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듣게 하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방식으로 확대하면 이화정신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의 채플’과 같은 상징을 형식화해서 만드는 방법 있을 거라 생각한다.”

- 돈 때문에 공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학금 제도를 새롭게 디자인할 계획이 있나.

“장학기금을 많이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7년간 등록금 인상이 되지 않으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성적에 관계없이 학생의 재산 상태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Need-Base’ 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취임사에서 엘텍공대를 강조했다. 기존의 공과대와 어떤 차이가 있나.

“엘텍공대의 특징은 융합적 요소를 공학에 들여온 것이다. 바이오나 공학 이외의 분야인 예술과 국문학을 접목했다. 다른 대학에 공대가 있는 상황에서 이화여대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고유한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종합대로서 가진 인문예술을 기반으로 결합하는 것이 우리의 고유성이다. 또 정보기술을 피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나 사이보그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기술에서 여성이 파워를 갖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20대 여성이 10년, 20년 후 맞이할 세상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따라서 엘텍공대와 의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천적 분야이고 사회와 맞닿아 있는 분야다. 대학이 사회와 접점을 형성하는 곳이다. 거기서 능력을 발휘해야 이화여대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학마다 수월성, 보편성, 연구중심 등 다양한 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모든 분야가 연구중심으로 갈 수 없을 텐데.

“융합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번에 공과대에서 휴기바(휴먼·기계·바이오학과) 학생을 뽑았다. 휴기바는 의학, 공학, 넓은 의미의 문과 3가지가 결합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형태다. 앞으로는 새로운 지식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 목동병원에 이어 마곡지대에도 병원이 들어선다.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진료할 계획이 있나.

“‘유비쿼터스 스마트 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병원 안내부터 예약, 입원,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첨단 의료 기술 상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 시장을 주시하면서 행동할 것이다. 목동병원은 모자(母子)병원으로서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곡병원은 중증환자까지 다루면서 장기이식이나 5대 암 중심의 특성을 가질 것이다. 엘텍공대나 마곡병원은 공학 분야에서 전문화 내지는 특성화를 추구한다. 병원도 병원 나름대로 특성화를 살릴 것이다. 시대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유성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대학마다 빅데이터, 바이오, 자율주행, IoT 등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화여대는 어느 분야로 갈 것인가.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인재상을 갖고 어떤 학생을 길러낼 것인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되는 인력은 다를 것이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3차 혹은 2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만 길러내는 쓸모없는 대학이 될 거란 위기감이 있다. 연구 상황뿐 아니라 교육 상황도 상당한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사고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보 홍수 안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가치가 무엇인지 결정하면 무엇을 융합해야 할지 아는데, 그게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교육 상황은 좋은 것을 가지려고만 했지 이걸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방향 설정과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지만 1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각했던 것, 인류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학내 구성원 간의 소통 채널을 원활히 하겠다고 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교수평의회가 만들어졌고 4자협의체를 통해 총장 선거 방식을 정했다. 특히 4자협의체는 굉장히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런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 한 학기에 한 번 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발판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민주화 역사를 보면 고려대 시위는 4·19혁명을, 연세대 이한열 열사는 6월 민주항쟁을 촉발했다. 이화여대는 촛불 시민혁명의 시발점이란 말도 있다.

“이화여대가 정유라 사태에서 보여준 의사소통 방식이 의미가 있다. 여성 집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생들은 의사소통을 하면서 인내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거쳤다. 온라인과 SNS도 십분 활용했다. 이런 소통체계가 미래 민주주의 사회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누구나 참여하고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 민주적 힘을 키우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 지난해 사태로 대학의 위상이 추락했고 여전히 사회에서 보는 시각은 좋지 않다.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고민이 많이 된다. 내부에서 빨리 잊는 경우가 있다. 총장 뽑았으니 새 출발하자고 한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국정농단 재판이 계속될 텐데 그때마다 이화여대가 거론될 것이다. 헌신과 자기희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 시각에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과거 정부는 대학의 다양성은 무시한 채 재정지원사업으로 줄 세우기를 했다. 새 정부는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하겠다는데 의견이 있다면.

“정부에서 교육정책을 세울 때 세밀하게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다. 서울권 대학과 지역 대학,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문제가 다르다. 오너가 있어서 혹은 없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획일적 방향으로 몰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정권 초기라고 확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바텀업(bottom-up) 차원에서 대학이 자구책을 짜서 교육부에 제출해 심사받는 방식으로 가면 어떨까. 본인 장·단점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대학 의지는 파악하지 않고 만들어 놓은 기준에 쫓아오라고 하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노력하지 않는 대학에 굳이 금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

- 힘들 때 지탱해오던 가치가 있다면.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 ‘나는 30년 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결정이 수월해진다. 좌절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고, 타이밍을 잡는 것도 쉬워진다. 결국 스쳐가는 삶이다. 억지로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을 상황에서 떼어놓으려고 한다.”

■ 김혜숙 총장은 …

1976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08년 제13차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철학연구회 연구이사, 한국여성철학회 총무이사, 한국미학회 영미미학분과 회장을 역임했다. 2012년 여성 최초로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거쳐 올해 총장으로 선출됐다.

   

<대담=김석준 부회장 겸 발행인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이하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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