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학업 단절 해소 여건 조성부터”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군복무 학점 인정제가 재추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군복무 학점 인정 제도 타당성과 현실 가능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군복무 기간 중 교육훈련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포괄적 학점인정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군복무자의 학업 및 경력 단절을 해소하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보상을 주겠다는 취지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 중이나 과거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국방부는 모든 군복무자에 대해 사회봉사, 체육, 리더십, 인성 등 2학점 단위의 '교과목 풀'을 만들어 6학점 이내에서 학점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군 교육의 전문성, 여성 및 고졸자와의 형평성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에 시달려 좌절된 바 있다.

다시금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자 대학가는 우려를 나타냈다.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경남권 소재 A대학 교무처장은 “군 교육과 대학교육은 아예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인 체육 및 봉사 활동을 교양학점으로 인정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도 소재 B대학 교무처장 역시 “대학교육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군 교육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의 학구열을 떨어뜨릴 수 있고 교수의 학습권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평가의 자의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도권 소재 C대학 교무처장은 “일반 교양과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정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군대 내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단순히 ‘통과, 비통과’로만 점수 평가가 이뤄지게 되면 교육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대안을 논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대학 교무처장은 “학업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활성화시키는 게 더 좋은 방안”이라면서 “군대에서 실시하는 원격강좌 교육이 강의 수 부족, 강의 질 등의 문제로 참여율이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군복무 학점 인정제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군복무로 인한 보상을 왜 대학이 감당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학점을 준다는 게 군복무에 상응하는 보상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복무를 마친 뒤 수월하게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원칙적인 보상책”이라며 “일과 후 자유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등 경력단절을 보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사병 전체에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임금을 제공해 좀 더 실효성이 있는 보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 발주는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공약 검증 일환으로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이후 세부 일정이나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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